조선 최고의 도박사가 암울한 조국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목숨을 버리고,
그 아들인 선우진은 뛰어난 도박의 재능과 더불어 운과 카리스마 등을 모두 지닌 채 성장한다.
가난한 조선인 노동자들의 임금을 쓸어담기 위해 야쿠자 조직에서 파견된 도박사를 털어버리고
이를 계기로 일본인 귀족 행세를 하며 도박을 무기삼아 사업을 일으켜 돈을 벌고 고위 관료들과 친해지는 한편
인재를 기르고 독립군을 후원하며 역사를 바꾸어 나가는 것이 주 내용.
사실 갬블이라는 측면에서는 좋게 봐줄만한 소설은 아닌데, 뭐랄까 도박 특유의 긴장감이나 스릴이 없기 때문.
주인공의 능력으로 아주 대놓고 남의 패도 읽고, 어떤 패가 떨어질지 다 계산해서 컷팅을 하는 마당에 이미 도박이라고 하기도 민망하다.
허영만의 타짜나 원사운드의 텍사스 홀덤(blackdiary.tistory.com/1229?category=438828)이나 마사토끼의 갬블러 vs 초능력자 같은 작품들에 비하면 도박 요소는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읽을만한 이유는 도박이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거나 남의 재산 털어먹는 수단으로만 활용되고 글 전체로 봤을 때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반면, 일제 치하 당시의 사회상을 현실감있게 재현하는데 충실하고 특히 지금까지는 뿔 달린 도깨비마냥 무조건 나쁘게 묘사되던 일본쪽 인물들의 묘사도 나름 특색있게 했다는 점에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주인공이 거지나 다름없는 조선인 일용직 노동자 신세에서 조선 총독의 후원자 수준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전개되며, 대체역사 + 성공한 사업가 대리만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평타 이상은 할 듯.
총평: ★★★☆☆ 도박이 중요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크게 부각되지 않는 점은 아쉽지만, 잘난 주인공이 일제 치하의 조선에서 매국노 응징하고 주요 사업 쏙쏙 빼먹으며 사방에 염문을 뿌리고 다니는 줄거리를 나름 그럴듯하게 쓴다는 점에서 해당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별 네개까지도 줄 수 있을만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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