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코리안 델리 / 벤 라이더 하우 지음, 이수영 옮김. 정은문고 (2011)
뉴욕에 사는 미국인이 한국인 아내와 처가 식구들과 함께 조그만 슈퍼마켓(델리)을 운영하며 겪는 이야기.
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인과 한국문화를 통찰하다 못해 아주 깊숙히 파고들며 생활의 일부가 되는 것도 흥미롭고, 뉴욕시 특유의 조그만 델리에서의 삶은 마치 “매일 갑니다, 편의점”에서 읽었던 편의점 사장님의 일상을 보는 듯한 기분도 든다.
“처가살이를 하게 되는 것도 꽤 부끄러웠지만, 스태튼 아일랜드로 이사를 간다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스태튼 아일랜드는 뉴욕 시를 이루는 다섯 개 지역 가운데 하나이건만, 불가촉천민처럼 외면을 받는 지역이었다. 한때는 유행하거나 멋져보였던 것들이 사망 직전에야 들어오고, 스타벅스는 커녕 가장 진취적인 태국 음식점도 들어서지 않는, 구소련 출신 이민자들과 자연재해와 경제파탄으로 도피해온 사람들로 가득한 곳이었다. 산업 폐자재가 널린 풍경과 어디서 많이 맡아본 냄새가 떠도는 공기에서 뭔가 고향 같은 아늑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개브는 한국의 민족성을 이해하려면 대한항공을 보라고 했다. 옛날엔 세계에서 가장 사고가 잦은 항공사 중 하나였던 대한항공. 어떤 악조건에도 굴하지 않고 비행을 강행하다 문제를 일으키곤 했단다. 비행기를 무조건 띄워! 날개 한 쪽이 없어도 상관없어. 어서 비행 시작해! 이런 자세로 말이다. 범죄율이 높은 지역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들이 번창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최근에 장인어른은 부수입을 찾고 고객층을 늘리면서 며칠씩 집에도 들어오지 않고 일을 해서 모두들 건강을 걱정하고 있다. 차 안에서 잠을 자고, 수리하러 방문하는 가게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다. 가족인 우리도 만나려면 냉장고가 고장났다고 전화해야 할 정도다. 그때도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새에 들어왔다 일을 끝내고 나갈 확률이 높다.”
“나는 우리 델리에 대해 강한 결속감을 느낀다. 그러니까 열여덟 시간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 동안 비행기 좌석에 대해 느끼는 결속감과 비슷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숨막히고 끔찍하고 잠시 일어서기만 해도 온 몸의 힘이 다 빠져나가 삶은 고깃덩어리가 된 느낌이지만, 만일 누가 그 자리를 빼앗으려 한다면 죽음을 각오하고 싸울 것이다.”
뉴욕의 소형 슈퍼마켓과 세탁소는 죄다 한국인이 한다던데, 한국인의 억척스러움과 뉴욕 델리의 생소함, 그리고 저자의 인간적인 성장이 잘 버무려진 에세이.
#마이 코리안 델리 감상 #마이 코리안 델리 후기 #마이 코리안 델리 줄거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