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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키친 /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민음사 (2012)
“어린아이라고 해서 어줍잖게 대하면 반드시 전해진다. 너저분하게 대충 담거나 양념을 적당히 하면 먹지 않는다. (중략) 꼬맹이가 일어난 후에 접시를 식탁에 올려놓았더니, 없어! 꺼내! 라기에 대체 뭐가 없는 거지, 하고 생각했는데, 꼬맹이 전용 포크가 놓여 있지 않은 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제 손으로 서랍을 열어 가져왔다. 그러고는 오물오물 냠냠 먹었다. 그렇구나. 예쁘게 담겨 있으니까 포크도 평소처럼 설거지 해둔 아무것이나가 아니라 자기 것이 있어야 하는구나,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라타투이는 며칠이 지나도 상하지 않고, 시원하게 먹어도 맛있고, 파스타나 피자에도 사용할 수 있는 데다, 먹다 남은 여름 채소는 뭐든 쓸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요리인지 모르겠다.”
요시모토 바나나를 가장 처음 읽은 게 음식 에세이라니, 이건 뭔가 작가에게 실례 아닌가 싶다.
작가의 일상과 음식 이야기가 무미건조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담담한 어조로 짤막하게 이어진다.
200페이지짜리 책인데 에피소드가 101개이니 각각의 이야기가 얼마나 짧은지 짐작이 가는 숫자다.
하지만 그 짧은 이야기들 안에, 허풍스럽지도 않고 격렬하지도 않은 감정이 여상히 담겨있는 것이 마음에 든다.
가끔은 이렇게 잔잔한 글도 좋지 않을까, 싶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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