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맛 / 정명섭 지음. 추수밭 (2021)
한국의 맛과 한국 전통의 맛은 동일하지 않다.
우리의 식생활에 깊이 뿌리내린 여러 음식들은 대부분 근대화 이후 들어온 것이거나, 최소한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극히 희귀했던 경우가 많다.
저자는 ‘류경호’라는 기자의 눈과 입을 빌어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 사회에 스며들던 아홉 가지 신식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전반전을 시작하고, 후반전에서는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학술적이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못다한 이야기들을 마저 한다.
아지노모도(MSG), 짜장면, 돈까스, 설탕, 카레, 단팥빵, 김밥, 팥빙수, 커피.
흔한 것을 넘어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이 음식들이 어떻게 처음 들어왔고, 또 어떤 방식으로 우리가 사는 삶을 바꾸어 왔는지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사람에게 뭔가를 먹는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야. 개인은 물론 민족의 운명까지 좌우하게 마련이지.”
“단순히 먹는 문제로 그걸 가를 수는 없습니다.”
“나도 일본으로 유학을 가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네. 일본인들이 아등바등하는 걸 보고 속으로 비웃기도 했지. 하지만 결과를 보게. 대한 제국은 명맥이 끊겼고, 일본은 살아남았지. 그뿐인가? 아시아의 패권을 움켜쥐려고 하는 중이야. 나는 그걸 돈까스 같은 음식을 만들어냈느냐 못 만들어냈느냐의 차이로 보고 있네.”
“조선철도호텔의 양식당이나 경성역의 그릴은 <별건곤>같은 잡지에서 일반인들은 범접할 수 없는 고급 음식점으로 소개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두 군데 모두 철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철도가 서구화와 문명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흥미로운 공생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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