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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무협&판타지

무협소설 리뷰: 21세기 반로환동전

by nitro 2022.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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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무협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흔히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의연한 인물들로 묘사되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먹어갈수록 피할 수 없는 노화와 죽음의 무게에 짓눌리는 것이 일반적인 사고방식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허풍개 역시 마찬가지다. 플라스틱 비비탄 쪼가리로도 고수들을 점혈할 수 있는 고수이면서도 온종일 수련에 매진한다.


“그놈의 수련, 뭐 그리 열심히 하십니까? 이미 고수 중의 고수시라고 들었는데요.”

“죽기 싫어서.”

“죽기 싫다뇨?”

“이대론 늙어 죽잖나. 그게 싫어서 수행하는 거야.”


신선이 되어 불로영생하는 것이 목표인 허풍개. 덕을 많이 쌓은 도사가 할 소리는 아니라지만, 그에게는 그런 착한 일을 하는 것조차 오래 살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껏 살아오며 결혼도 하고 신분 세탁도 하고 제자도 길러봤지만 갈수록 커지는 건 득도하여 죽음에서 벗어나는 것 뿐.

지금껏 무협 소설이라고 하면 목숨을 거는 데 익숙한 주인공만 만나서인지, 이렇게 인간 본연의 두려움에 사로잡힌 허풍개가 매력적이다.

무협 세계를 현대 한국와 절묘하고 섞어서 매력적인 세계관을 만들어냈고, 죽음이라는 게 뭔지 끝없이 질문을 던지며 오히려 제대로 사는 게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소설 본연의 목적 - 재미에도 충실하니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신무협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한 번 쯤 권해볼만한 소설.

딱 한가지 아쉬운 것은 100화 내외로 완결이라 거의 중단편 수준이라는 건데, 그래도 구성이 깔끔한 것이 작가의 계획대로 진행되었기에 오히려 질질 끌다 망해버리지 않았다는 데서 점수를 더 줄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총평: ★★☆ 깔끔하게 재미있는 무협 소설. 죽음이 무서워 수련만 하던 고수가 반로환동을 하며 겪는 모험을 깊이 있는 주제와 잘 버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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