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녀석이 나를 알아본 모양이었다. 녀석이 입을 열려 했다.
그 모습을 보며 머리가 복잡해졌다. 마법사는 속을 모른다, 마법사의 말에는 미지의 힘이 있어, 사람을 조종하거나 죽일 수 있다.
고민은 짧았다. 한스 녀석이 악한 놈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모름지기 이 좆같은 곳에서는 모든 걸 조심해야 했다.
앞으로 숙이며 검을 힘차게 밀어 넣었다. 허공에 은색이 대각선으로 그어졌다. 녀석의 목에 검을 찔러 넣기 전.
"...형."
녀석의 입에서 나온 것은 주문도, 저주도 아니었다. 그저 평소와도 같은 평온한 목소리였다. 조금은 떨리는.
내 검은 녀석의 목을 살짝 찌르고 있었다. 녀석의 목에서 핏방울이 떨어졌다.
녀석이 나를 올려다보며 검은 천이 떨어졌고, 녀석의 행색이 온전히 보였다. 왼쪽 팔은 팔목부터 깔끔하게 잘려 있었고 오른쪽 손은 무언가를 쥐고 있었다.
나는 검을 겨눈 상태에서 녀석의 오른쪽 팔뚝을 즈려밟았다. 그러자 녀석이 손을 펼쳤고 그 내용물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분홍색 천 쪼가리. 그것은 명백한 여자의 속옷이었다.
'이 새끼 진짜 여자 팬티 훔쳤네.'
대략 이런 느낌.
길거리마다 사람 똥이 넘쳐나고, 귀족 천민 할 거 없이 썩은 냄새 풀풀 풍기며 돌아다니는, 주인공의 입버릇을 빌리자면 '무식한 중세 놈들이 넘쳐나는 좆같은 중세 랜드'에서 어느 도시의 경비 조장으로 살아가는 현대 한국인 빙의자 이야기.
악마와 마법과 오러 휘두르는 기사들이 엮이는 와중에서도 압도적인 무력을 발휘하며 경비 조장(대장도 아니고)의 임무에 충실한 주인공 아론.
하지만 여차하면 피비린내와 구린내 섞인 처절한 중세 생존기가 될 소설은, 이렇게 중간중간 코메디를 섞어 넣으며 이게 희극인지 비극인지 애매하게 만든다.
읽으면서 재미는 있는데, 이런 류의 소설은 웃기는 부분과 진지한 부분의 비율이라던가 배합이 조금만 잘못되어도 단숨에 맛있는 비빔밥에서 개밥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거.
일단 2022년 8월 25일 기준으로 약 100화 분량까지는 따라가는 중.
총평: ★★★☆☆ 더럽고 거지같은 중세 랜드를 적나라하게 부각시키면서 살기 힘든 배경을 만들어 놓고, 그 위에서 한 바탕 코메디를 펼치는 소설. 후반부까지 큰 이야기 흐름을 잘 이어나가면서 이런 특징을 살릴 수 있느냐가 관건일 듯.
2023년 3월 255화로 완결.
중간에 좀 너무 가벼워지는 듯 하면서 나락가는거 아닌가 싶었는데, 그래도 어찌저찌 아슬아슬하게 텐션을 유지하면서 후반부로 넘어가더니 결말 부분에서는 다시 흡입력이 살아나며 완결까지 이어진다.
앞을 가로막는 것들을 하나씩 치워나가다보니 어느덧 잡다한 신도 황제도 제껴가며 자신이 원하던 삶을 살게 된 주인공.
"너는 불굴이다"라며 새로운 신격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말에 "나는 아론이다"라고 딱 잘라말하며 자신의 길을 걷는 모습이 멋지다.
총평: ★★★☆☆ 개그 코드가 좀 안맞는 것 같지만서도 전반적으로는 평타 이상은 치는 본격 판타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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