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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무협&판타지

무협소설 리뷰: 짜장 한 그릇에 제갈세가 데릴사위

by nitro 2022.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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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가 여기저기서 인기가 많은 직종이 되다 보니 웹소설계에도 요리사 주인공이 등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소설의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로 현대 사회에서 중식 요리사를 하다가 무협 세계로 넘어간 케이스.

현대의 뛰어난 요리 지식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만드는 음식을 선보이며 입지를 다지는 줄거리는 다른 소설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데,

작가가 중국 특유의 꽌시나 체면 문화라던가 요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춘 덕에 글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탕수육을 만드는 장면 하나만 봐도 내공이 보인달까.

돼지고기를 손가락 굵기로 썰어주었다. 전생이라면 순살코기로만 만들었겠지만, 지방을 고기의 가장 맛있는 부위라고 생각하는 송나라 때는 고기 요리라면 지방과 같이 썰어내 주는 것이 일반적.
지방과 고기를 적당한 비율로 맞춰 썰어준 돼지고기를 소금과 후추로 밑간해주고, 달걀 노른자와 함께 밀전분에 버무려 잠시 기다렸다. 고구마나 감자 전분이 조금 더 바삭한 맛을 내겠지만 지금 가능한 것은 밀전분을 이용한 물반죽 뿐.

시대를 반영해서 밀전분을 사용하면서, 그로 인한 단점과 보완책까지 줄줄이 읊어나간다. 

여기에 중국 음식에 대한 뒷이야기가 첨가되면서 무협 소설 본연의 줄거리 외에도 또 하나의 읽을거리가 되는 듯.

이제 막 무림에 첫발을 내디딘 후기지수라면 화주나 죽엽청 따위를 마시겠지만, 용 정도의 칭호를 얻고 기루에 갈 정도가 되면 과시를 위해서 클리셰처럼 마시던 술, 여아홍. 무림계 성공한 남자들의 잇템이며 와인같은 존재 여아홍. 
높이 솟은 기루의 꼭대기 층에서 저 밑에 아등바등하는 것들을 보며 음미하는 술일진데.
그러나...
"응, 그게 소흥주야."
여아홍은 그냥 소흥주일 뿐인 것이다. 스토리텔링을 좋아하는 중원인들이 소흥주에 붙인 별칭이 여아홍이고 딸을 낳으면 나무 아래 묻어둔다는 이야기는 그냥 술 팔어먹기 위해 만든 이야기일 뿐이다. 
딸 낳으면 많이 사서 묻어두라고.

눈치가 가출하고, 오해가 오해를 불러일으키며 어쩌다보니 당시의 전국구 조폭이라 할 수 있는 제갈세가의 사위가 된 주인공. 당대에는 추녀, 현대인 기준에는 미녀인 아내를 맞이하고 음식 하나로 고수들을 꺾으며 성공하는 메인 스토리 역시 나쁘지 않다. 엄청난 명작은 아니더라도 소소한 재미가 있는 작품.

총평: ★★★★☆ 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강추. 무협 소설 좋아하는 사람도 강추. 둘 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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