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마음을 다해 디저트 / 김보통 지음, 한겨레출판 (2019)
디저트라고 하면 알록달록 예쁜 색깔에 달콤하고 행복한 분위기가 떠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책은 티라미수와 크레이프, 벚꽃 아이스크림과 호두과자 등 디저트가 한가득 담겨있지만 정작 거기에 담긴 감정은 쌉싸름하다못해 씁쓰름하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며 맛있는 디저트들을 수없이 먹었건만 팔자 좋은 한량의 세계 여행 먹방과는 거리가 멀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초코케이크는 민박집 술심부름하며 빈 병 팔아 모은 돈으로 사서 욕쟁이 청소부 할머니와 나눠 먹는다.
대만에서 먹은 밀크티는 목줄을 조여오는 마감에 쫓기다 못해 비틀어 짜이고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을 질질 끌며 외국으로 도망친 결과물이다.
심지어는 어느 정도 미화되어야 마땅한 과거의 추억 어린 음식조차도 고단한 현실이 배어있다. 형편이 좀 더 나은 큰아버지 집에 양자로 들어갈거냐는 물음에 그 집의 땅콩버터 맛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는 추억처럼.
이 차장은 다시 물었다.
“집에 돈 없냐?”
“없는데요.”
“아버지 뭐하시는데?”
“암 때문에 요양 중이신데요.”
“어머니는?”
“병간호하시는데요.”
단호한 내 대답에 이 차장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거지 새끼냐?”
자리를 뜨지는 못했다. 그가 내 머리채를 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내 머리를 흔들며 “어휴, 이 거지 새끼. 목표 달성도 못하는 게 돈도 없고”라고 말하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중략) 소심한 복수는 했지만 뒷감당까진 버거워 좀체 입맛이 나지 않았다.
그것이 내가 그날 숨어서 팥빙수를 먹은 이유다.
당연히 회사는 망하지 않았고, 이듬해 나는 회사를 그만뒀다.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시대를 살던 문인들이 쓴 빙수에 대한 글도 이보다는 훨씬 더 꿈과 희망이 가득하겠다.
어쩌다 한 두편이 이런게 아니라 40여개의 달달한 디저트 이야기 대다수가 이런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읽으며 눈을 뗄 수가 없다. 치사량 이상의 우울함이 몰려들어도 작가가 겪는 그 모든 일들이 조그만 달다구리 한 조각 삼키면 그냥저냥 함께 넘어간다. 그렇게 살아간다.
또라이 직장 상사가 던진 서류를 얼굴에 정통으로 맞고도 담배 한 모금 피우고 사무실로 돌아오던 옛 부모님 세대처럼,
인생이 던지는 돌멩이에 두들겨 맞으면서도 사탕 하나 까먹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모습을 보면 공감과 동질감이 섞인 응원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또 하나, 만화가 겸 수필가인 작가가 그린 동글동글 귀여운 삽화가 큰 역할을 한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겠다. ‘아, 암울해서 더 이상은 못 읽겠다’ 싶을 때면 한번씩 등장하는 디저트 그림을 보며 행복회로를 돌리고 책장을 넘기게 된다.
역시 디저트는 인생의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도구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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