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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Nonfiction_비소설

음식으로 읽는 로마사

by nitro 2023.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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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읽는 로마사 / 윤덕노 지음. 더난콘텐츠 (2020)

서양 문명의 근원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고대 로마에 그 뿌리를 두고있다.

그래서 서구식 문화를 받아들인 우리나라에서도 고대 로마에 대한 환상이라던가 흥미가 어느 정도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콜로세움의 검투사 경기나 세계를 정복한 로마군단, 뛰어난 건축물 외에도 많은 관심을 받는 분야가 바로 그들의 식생활이다.

이 책에서는 고대 로마인들의 식습관 외에도 소금, 빵, 와인, 올리브유, 굴, 향신료로 대표되는 음식들이 당시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고, 또 그 결과가 어떤 방식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참치나 고등어 내장과 신선한 피에 충분한 소금을 뿌린 후 항아리에 담아 두 달 동안 숙성시킨다. 그러면 진하고 풍부한 하이마티온 젓갈이 만들어지는데, 이것은 아주 비싼 값에 팔렸다고 한다. 또한 아피키우스의 요리법에서 오믈렛에 뿌려먹었다는 소스인 오에노 가룸은 빻은 후추와 미나리를 생선 젓갈인 리쿠아멘과 와인에 혼합한 것이다. 이밖에도 식초를 섞은 옥시가룸, 물로 희석시킨 가룸, 올리브 오일을 혼합한 엘래오가룸 등 여러 종류가 보인다. 고등어 알로 만든 스콤브리 가룸은 우리의 알젓과 비슷했을 것으로 보이고 심지어 유대인을 위해 만든 가룸 카스튬이라는 것이 있다.”

“영국에서 로마로 최고급의 신선한 굴을 실어 날랐다고 했는데 구글 지도로 보면 런던에서 로마까지는 도보 기준으로 최단 직선거리가 1,730킬로미터다. 언덕을 넘고 강을 건너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험한 알프스 산맥까지 넘어야 하는데 로마 시대에 마차로 쉬지 않고 달려도 최소 50여일이 걸렸다고 한다. (중략) 육지가 아닌 바다로 운송을 했어도 생굴의 신선도를 유지한 채 운반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1세기 무렵 로마에서 거래되던 브리타니아산 굴값은 같은 무게의 금값과 맞먹을 정도로 비쌌다는 말까지 있었을 정도였다. “ 

로마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구체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한 실감나는 로마 시대의 식생활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음식과 사회문화의 연관성 -화려한 연회와 사치규제법, 죽과 빵이 대표하는 문명화,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짜 빵 뿌리기와 포퓰리즘, 폼페이 멸망과 와인 시장의 변화 등-이 보여주는 당대의 모습은 고대 로마 뿐 아니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식생활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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