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나라를 해체해서 전 인류를 돈으로 다스리자 말하는 메가콥의 첨병 유토피아 드림.
로봇은 비싸고 시민들 굴리는 건 표를 잃으니까 사람을 배양시설에서 찍어내 굴리는 정부.
‘진짜 우열을 쉽게 가릴 수가 없는 놈들이다.’
"돈으로 안되는 것이 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한 돈이 없는 것은 아니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라는 말도 있듯이, 우리는 거의 모든 것이 돈으로 해결되는 자본주의-황금만능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결혼은 사랑으로 하는 것이었지만, 오늘날 결혼 조건은 애정에 앞서 (혹은 비슷한 무게로) 집과 자동차, 연봉에 중점을 둔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회귀, 빙의, 환생을 하고 나서 가장 먼저 외치는 말이 '상태창'이지만, 실제로는 돈이야말로 가장 직관적이며 명확한 상태창의 숫자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노골적으로 돈으로 모든 것이 굴러가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은 언제 봐도 매력적이고 재미있다.
어느 날 갑자기 2100년의 대한민국에서 갓 생산된 따끈따끈한 배양인간의 몸으로 환생한 주인공 한준성이 살아가는 세계 역시 그렇다.
'출생에 쓰인 유전자를 제공해준 유전자 은행에 2억, 분기당 인공자궁 유지비 5천만, 영양분을 공급해준 외부 협력기업에 3억, 성장 가속화를 위해 쓰인 비용 2억, 시설 유지비 분기당 2천만원, 지닌 능력이 기대치에 미달할 시 따로 청구될 손해배상비 5억.'
다행인 점은, 맨 아래에 적혀있는 내용보단 충격이 덜했다는 사실이다.
[인권 구독료 (출생 기념 1개월 한정 소폭 할인 적용) - 36,500원]
기존의 인간 노동을 대체하기 위해 인공 배양되면서 시작부터 (빚이) 수억원의 사나이가 되어버린 주인공.
그야말로 낳음을 당해버린 준성에게 사회는 계속 청구서를 들이민다.
기본적인 음료용 수도 이용권에서부터 (몸을 씻기 위한 수도 이용료는 별도), 바퀴벌레 갈아 넣은 영양죽, 그리고 각종 무기까지 모든 것이 유료. 그야말로 돈이 목숨과 동의어인 세상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준성은 바닥을 구르고 머리를 굴리며 조금씩 전진해 나간다.
초반에는 훈련소에서 성장하며 학원물과 배틀로얄을 섞어놓은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데, 개인적으로는 학원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삭막한 커리큘럼 덕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학교를 졸업한 후로는 시체 수거자들이 득실거리는 밑바닥 중의 밑바닥에서 프리랜서 청부업자로 전직 완료하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데, 로봇 형사가 등장하며 왠지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연작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인간과 로봇의 티키타카가 더해진다.
전투 장면도 재미있고, 머리 써서 돈 한푼 아껴가며 조금씩 형편이 나아지는 주인공의 행보도 흥미진진하다.
예전에 용병을 플레이하는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돈을 최대한 아껴서 총알 덜 쓰면서 적을 박살내고, 전리품을 최대한 긁어모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적이 있는데, 그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달까.
그러면서도 글이 항상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곳곳에서 던지는 철학적 화두는 쉽게쉽게 읽다가도 잠시 멈춰서 생각하게 만든다.
“이제부턴 인간의 정신과 의식에도 값을 매길 거야. 종교학자, 윤리학자, 철학자, 법률 전문가, 보안요원, 시민들의 총의를 모아서 값을 책정해 선행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면..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자본의 논리를 쫓아 선행을 거듭할테지. 상대적인 손해조차 용납하지 못해 선행을 할 거야. 그게 현상유지거나 이익이니까!”
세상에 값을 매길 수 없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22세기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놀랍지 않아? 마냥 하지 말라고 하면 하고 싶어져. 근데 돈을 내놓으라면 꾹 참게 되는 거야. 고리타분한 말 줄줄 읊는 것보다 청구서에 적힐 숫자가 인간을 더쉽게 교정해. 회초리 골백번 들어도 잔소리 수천번 외쳐도 안되는게 돈으론 돼.”
“정부와 도시재벌. 양측 다 겪어봤고 양측에 다 묶여봤다. 사람으로 인정받겠단 일념으로뭐든지 했기에 사람이 됐다. 물론 고층 입주민 대출 할부만 30년 남은데다 복지용 기계팔을 저렴하게 구매한 대가로 PPL을 주구장창 하게 됐지만…”
말총머리 교관은 무릎을 꿇으며 준성과 눈높이를 맞췄다.
그리고 준성이 수첩을 놓지지 않도록 억지로 움켜쥐게 만들었다.
“..누군가 너더러 사람이 아니라 할 때 기억해라. 사람이 되고자 하는 자가 사람이다.”
“...”
“내가 본 너는 사람이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게 현대 사회의 진리이다보니 돈으로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사회에서 사람답게 산다는 건 과연 어떤 것일까 고민하게 된다.
그렇다고 너무 진지하기만 하면 재미가 없으니 적재적소에 하나씩 넣어주는 블랙코미디 역시 매력적이다.
“생각해보니 이걸로 때리면 죽는 거 아니야?”
“난 또 뭐라고…”
안제민이 기다란 테이프 하나를 들고 왔다. 그러고선 준성이 치켜올린 파워피스트에 찍찍 붙이기 시작했다.
“뭐하냐?”
“진압용 딱지. 이제 이걸로 죽으면 죽은 놈 책임이야.”
암울하면서 모든 게 돈으로 돌아가는 디스토피아 세계관도 그렇고, 단순히 본신의 능력으로 적들을 쌈싸먹는 게 아니라 나름 머리 굴리고 돈 아껴가며 성장하는 주인공도 그렇고, 곳곳에 등장하는 깊이있는 고찰과 가벼운 유머도 그렇고 여러모로 기대가 되는, 취향에 맞는 소설 한 편을 발견한 기분이다.
딱 한가지 우려사항이라면 요즘 소설 주인공들은 밑바닥만 벗어나면 갑자기 급격하게 강해지며 평범한 먼치킨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그런 일 없이 계속 고생하며 중후반까지 이어졌으면 하고 기대중.
총평: ★★★★☆ 물질만능주의 디스토피아의 끝판왕이라고 할법한 소설. 중반부 넘어가며 이 색깔을 그대로 유지하고, 후반부까지 전개가 탄탄하게 잘만 이어진다면 별 다섯개도 가능할 듯.
배양시설에서 아카데미로, 아카데미에서 밑바닥 해결사로 넘어가면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게 조금씩 힘에 부치는가 싶긴 했는데...
제목도 여러번 바꿨지만 유입이 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글이 잘 풀리지 않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재중단.
그래도 유료화 되기 전에 연재 중단이라 작가나 독자 모두에게 그나마 위안이 될 듯.
총평: ☆☆☆☆☆ 초반 전개는 좋았고, 평타 정도는 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연재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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