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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Movie_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by nitro 2012.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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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야기를 아름다운 영화로 만들어냈다. 소설책 산 다음에 일러스트 양장본을 다시 샀을 정도로 원작 소설을 상당히 좋아하는지라 영화도 굉장히 관심을 가지고 봤다. 실제로는 이 책의 상당 부분이 '표류(http://blackdiary.tistory.com/444)를 참조해서 쓰여진게 분명하다는 확신이 들면서 매력이 좀 떨어지기는 했지만서도, 그래도 굉장히 잘 쓴 소설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다보니 영화화된 파이 이야기를 보면서 일말의 불안감도 없던 것은 아니었다. 보통 이런 류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드는 영화가 그 느낌을 제대로 살려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예전의 '헝거 게임' 영화를 보면서 제대로 실망한지라...

하지만 이 영화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우선 무늬만 3D가 아니라 영화 각본에서부터 3D 효과를 염두에 두고 만든게 확연히 드러난다. 막대기로 리처드 파커를 견제하는 장면이나 날치들이 날아다니는 장면, 해파리 씬 등은 입체 효과가 효과적으로 쓰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정도. 게다가 지나치게 욕심을 내서 원작의 내용을 무리하게 옮겨 담다가 자멸해버리는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이안 감독은 버릴 부분은 버리고 살릴 부분은 살리면서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을 확실히 살려주었다.

물론 영화가 근본적으로 갖는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 이야기의 대부분은 결국 보트 위에 표류하게 된 소년과 호랑이의 이야기다. 당연히 캐릭터는 호랑이와 소년. 가끔가다 조연으로 물고기. 배경은 언제나 바다. 아름답고 몽환적인 장면이 연이어 등장하지만 이는 어찌 보면 '장엄한 광경을 담은 자연 다큐멘터리'처럼 보일 수도 있다. 소설에서야 이런저런 사건들을 끊임없이 터뜨리면서 몰입도를 유지하지만 영화는 그렇게 잡다한 이야기를 풀어내지 못하다보니 관객이 지루해질 수도 있다고나 할까.

그래도 요 근래 본 영화들 중에서 3D 효과를 가장 잘 써먹었을 뿐 아니라 원작이 갖는 매력도 잘 살려낸 영화. 다만 전체연령가를 만들기 위해서 그랬는지 잔인한 장면은 완전히 배제시켰고(심지어는 물고기 때려잡는 장면도 카메라가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러다보니 눈먼 선원 이야기나 마지막 반전 부분의 임팩트가 약해진 건 아쉽다. 결말 부분은 나래이션이 아니라 따로 영상으로 보여주는게 더 강렬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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