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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Nonfiction_비소설88

온 마음을 다해 디저트 온 마음을 다해 디저트 / 김보통 지음, 한겨레출판 (2019) 디저트라고 하면 알록달록 예쁜 색깔에 달콤하고 행복한 분위기가 떠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책은 티라미수와 크레이프, 벚꽃 아이스크림과 호두과자 등 디저트가 한가득 담겨있지만 정작 거기에 담긴 감정은 쌉싸름하다못해 씁쓰름하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며 맛있는 디저트들을 수없이 먹었건만 팔자 좋은 한량의 세계 여행 먹방과는 거리가 멀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초코케이크는 민박집 술심부름하며 빈 병 팔아 모은 돈으로 사서 욕쟁이 청소부 할머니와 나눠 먹는다. 대만에서 먹은 밀크티는 목줄을 조여오는 마감에 쫓기다 못해 비틀어 짜이고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을 질질 끌며 외국으로 도망친 결과물이다. 심지어는 어느 정도 미화되어.. 2022. 12. 20.
여행 가는 날 여행 가는 날/ 서영 지음, 위즈덤하우스(2018). 밤 늦은 시각, 할아버지의 집 문을 두들긴 낯선 손님. 하지만 할아버지는 이 손님을 오랫동안 기다린 듯, 반갑게 맞이하며 길 떠날 채비를 한다. 장롱 밑의 비상금 동전들을 효자손으로 꺼내 모으고, 깨끗하게 목욕도 하며 먼 길을 떠난다. 아동 독자를 대상으로 한 그림책이기에 아이들이 낯설 수도 있는 '죽음'이라는 개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책. 하지만 어른이 읽어도, 처음 몇 페이지만 읽어도 '여행'의 실체를 알게 됨에도 불구하고, 가슴 따뜻해지는 감동을 선사한다. 할아버지는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신없는 통에 달걀이 다 익지도 않았을 텐데 봉지에 가득 담았어요. - 여행 가는 날, 10p 여행 중에 길안내 손님과 나눠먹을 달걀 일곱 개를 삶는.. 2022. 12. 13.
뉴욕 레시피 뉴욕 레시피 / 이준 지음, 청어람 (2011) 서울의 미슐랭 레스토랑, 스와니예를 만든 이준 셰프의 뉴욕 요리학교 생활 이야기. 마이클 콜먼이 지은 ‘셰프의 탄생’이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궁금해할법한 CIA에서의 생활을 보여준다면, 이 책은 좀 더 개인의 감상과 발전상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다. 일기나 자서전과 비슷한 분위기. 그래서인지 이준 셰프 개인으로서 겪은 인생 역정이나 도전과 성공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CIA 커리큘럼이나 뉴욕 유학생의 삶에 대한 책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듯. 그래서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읽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많이 달라지는 책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감상이라면 대다수 사람들은 공감하기 힘든 학교에서 뭘 가르치는지, 어떤 요리를 배웠는지에 대한.. 2022. 12. 4.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 케이틀린 도티 지음, 임희근 옮김. 반비 (2020) 몇몇 직업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만 풀어놓아도 재미있는 책 한권이 나오곤 한다. 그리고 그 중 하나로 장의사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어릴 적 목격한 죽음이 깊은 트라우마로 자리잡은 작가가 그에 이끌려 장의사 - 더 정확하게는 웨스트윈드 화장 및 매장 회사에서 일하며 겪은 일과 생각들을 적은 책이다. 죽음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죽음을 직시하지 않는다. 그 결과, 죽은 사람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죽은 사람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행해지는 방부 처리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여러 종류의 사연을 갖고 들어온 시체들의 이야기 - 8개월 된 아이의 머리카락을 잘라 부모에게 보내는 일부터 노인이 자신.. 2022. 11. 11.
영국 메이드의 일상 영국 메이드의 일상 / 무라카미 리코 지음, 조아라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7) 일본 사람들의 메이드에 대한 동경은 그 역사가 꽤나 깊다. 탈아입구를 외치며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던 그 시기부터 메이드는 일종의 “잘 발달된 산업사회의 상류층이 필수적으로 가져야 할 인력자원”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다보니 19세기와 20세기에 걸친 영국의 메이드 생활상을 살펴보는 이런 책이 나오는 것도 그렇게 신기한 일은 아닌 듯 싶다. 그리고 흥미삼아 읽기 시작했지만 의외로 재미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빈곤한 시골 소녀들이 상경해서 남의 집 하녀로 일하며 겪는 온갖 일상이 당대의 영국 사회상을 반영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있었던 ‘남의 집 식모살이’와도 연결되는 기분이라 ‘어딜 가나 사람 사는 모습이.. 2022. 11. 3.
셰프의 탄생 셰프의 탄생 / 마이클 룰먼 지음, 정현선 옮김. 푸른숲 (2013) CIA 요리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언젠가는 이 모든 것을 글로 써낼 날이 오겠지’라고 생각하곤 했는데, 그 일을 먼저 해 버린 사람이 있었다. 마이클 룰먼은 아예 입학할 때부터 작가로서 요리학교에서의 삶을 책으로 쓰기 위해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CIA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책은 섬세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하는 현실감 넘치는 묘사와 풍부한 인터뷰로 가득하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작가 특권’을 사용했기에 가능했으리라 생각하는 부분이다. 서비스 시작을 10분 남겨놓고 눈돌아가게 바쁜 와중에 옆의 학생에게 이것저것 자꾸 물어본다면 그 손에 들고있던 도구 - 국자나 스페츌러나 스푼 -으로 얻어맞을 각오를 해야 할 테니까. .. 2022. 10. 29.
디저트의 모험 디저트의 모험 / 제리 퀸지오 지음, 박설영 옮김. 프시케의 숲 (2019) 디저트에 대한 거의 모든 ‘인문사회학적’ 지식을 집대성한 책. 초점이 서양의 디저트 발전사에 맞춰지긴 했으나 동양에서는 디저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 치명적인 편향성은 아니지 싶다. 곳곳에 레시피를 첨부하기는 했지만 요리책은 아니다. 그보다는 디저트가 발명되고 진화하던 당시의 사회상을 보여주며 ‘요리 역사’의 전문가답게 “왜 이런 디저트가 인기를 끌었고, 이 음식들이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고, 우리가 사는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나”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제시한다. 음식 사진 뿐만 아니라 요리 도구, 상품 광고, 오래된 삽화 등 다양한 자료를 첨부해서 현실감있게 읽을 수 있다. 다만 책 자체가 재미.. 2022. 10. 14.
맛있다, 과학 때문에 맛있다, 과학 때문에 / 박용기 지음. 곰출판 (2020) 재료공학 연구원인 저자가 연재했던 칼럼을 모아서 출판한 책. 작가 본인이 소개글에 써놓았듯이 요리사도 아니고, 요리와 관련된 과학자도 아닌, 재료 공학 박사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쓴 글이다. 불행하게도 작가도 아니고 요리 전문가도 아니기에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렇게 재미있지도, 그렇다고 이 책 아니면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유용한 지식을 다루지도 않는다. ‘아, 이 음식과 관련해서 우리가 평소에 모르던 이런 사실도 있구나’ 정도의 칼럼이 연속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좀 지루하달까. 읽다보면 작가가 오랫동안 알아보며 경험적으로 얻은 ‘지식’이라기보다는 과학자로서 간단한 검색이나 관련 서적 약간 읽으며 얻은 ‘정보’를 나열한 느낌.. 2022. 10. 5.
맛, 그 지적 유혹 맛, 그 지적 유혹 / 정소영 지음. 니케북스 (2018) 모든 글에는 그 나름의 전문성이 있다. 심지어는 “문학과 관련된 음식 이야기”라는, 굉장히 좁은 주제로 한정지어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은 명작 소설에 등장하는 음식의 레시피에 주목하고, 어떤 사람은 작가의 인생에 대해 풀어내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음식과 관련된 당대의 사회상과 철학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 책은 박사학위 두 개 정도 가진 사람이 문학과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잡다하게 풀어내면 어떤 모습인지에 대한 답변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비슷한 소재를 다룬 책들은 많다. 특히 요즘처럼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대에는 음식 에세이도 별도의 항목으로 다루어질 정도로 인기가 많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책 중에서도 읽었을 때 지적인 깊이가 .. 2022. 9. 22.
여행 가는 날 여행 가는 날 / 서영 지음. 스콜라 (2018) 밤 늦은 시각, 할아버지의 집 문을 두들긴 낯선 손님. ​하지만 할아버지는 이 손님을 오랫동안 기다린 듯, 반갑게 맞이하며 길 떠날 채비를 한다. 장롱 밑의 비상금 동전들을 효자손으로 꺼내 모으고, 깨끗하게 목욕도 하며 먼 길을 떠난다. 아동 독자를 대상으로 한 그림책이기에 아이들이 낯설 수도 있는 '죽음'이라는 개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책. 하지만 어른이 읽어도, 처음 몇 페이지만 읽어도 '여행'의 실체를 알게 됨에도 불구하고, 가슴 따뜻해지는 감동을 선사한다. 할아버지는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신없는 통에 달걀이 다 익지도 않았을 텐데 봉지에 가득 담았어요. - 여행 가는 날, p10 여행 중에 길안내 손님과 나눠먹을 달걀 일곱 개를 삶는 .. 2022. 9. 15.
발자크의 식탁 발자크의 식탁 / 앙카 멀스타인 지음, 김연 옮김. 이야기나무 (2016) 고리오 영감을 읽고 나서 발자크의 다른 책을 검색하던 와중 발견한 책. 음식에 대한 묘사를 통해 자신이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우회적으로, 또는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작가들은 많다. 하지만 작가마다 문체가 다르듯, 음식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여 메세지를 전달하느냐 역시 천차 만별이다. 예를 들어 빅토르 위고나 찰스 디킨스가 거칠고 양이 부족한 음식을 통해 궁핍함을 묘사하듯, 발자크는 화려한 음식을 통해 세속적인 열망과 더 높은 지위로의 상승에 대한 욕구를 세세하게 드러낸다. 이 책의 저자인 앙카 멀스타인이 말하듯 “굴의 맛보다는 굴을 주문하는 젊은이의 취향에 흥미를 느끼고, 차갑고 달콤한 크림의 맛보다는 그 크림의 가격에 관심이 간다.. 2022. 9. 8.
미식견문록 미식견문록 /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마음산책 (2009) 러시아어 동시통역사 겸 작가인 일본인의 음식 이야기. 직업과 성장 과정에서 경험한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과 그에 얽힌 이야기와 추억이 담겨 있다. 할바(Halva:러시아와 중동 지역의 달달한 디저트)나 스트로가니나(러시아어로 대팻밥. 혹한의 추위에 갓 잡은 생선이 몇 초만에 꽁꽁 얼면 대패로 갈아서 보드카와 함께 먹는다)처럼 흔히 접할 수 없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인데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도대체 무슨 맛일까? 꼭 한 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이 특징. 각종 민간 설화와 역사 자료 등 풍부한 문헌이 함께 등장하는 것도 장점이다. 2022. 9.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