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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Movie_영화

말레피센트

by nitro 2014.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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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속의 미녀 (Sleeping beauty)'의 악역, 말레피센트. 원작에서는 잔치에 초대받지 못해 앙심을 품고 저주를 내리는 쪼잔한 요정 (혹은 마녀)로 나오고,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는 왕자가 저주를 풀지 못하도록 온갖 방해공작을 일삼는 악녀로 승격(?)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반세기가 훨씬 지난 지금, 말레피센트의 숨겨진 뒷이야기가 영화화되며 반전을 보여준다.

고전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공주들이 한결같이 보호받아야 할 존재인 동시에 연약한 모습만을 보여주는 수동적 여성상을 갖고 있었다면 인어공주 (1989) 이후의 여성 캐릭터들은 적극적이며 모험심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말레피센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지금까지는 비극적 최후만을 맞이하던 악역의 사정을 보여주고 이를 반전시키면서 철통같이 지켜오던 선과 악의 대립구도마저 깨어버리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억지 해피엔딩 줄거리가 좀 껄끄럽게 느껴지기는 한다. 물론 어렸을 적부터 '첫눈에 반한' 왕자와 공주의 사랑은 결국 외모 외에는 아무것도 보지 않은 연애관계인데 이게 어떻게 진정한 사랑이며, 그렇게 맺어진 커플이 어떻게 하나같이 '그 후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날 수 있냐는 의문을 가져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영화에서 언급한 식으로 풀어나가는 것도 왠지 마음에 들진 않는다. 차라리 원작대로 말레피센트가 끝까지 악역으로 가는 것도 나름 멋진 영화가 되었을 듯. (물론 전체 관람가 판정은 못 받겠지만)

내용면에서 보자면 기존의 이야기를 한바탕 비틀어 놓았으면서도 결국 디즈니식 해피엔딩을 보여주는 무난한 줄거리. 연출이나 그래픽 효과도 뛰어나고,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3D로 관람할만한 값어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관람 포인트는 안젤리나 졸리. 애니메이션에서 그대로 걸어나온듯한 싱크로율을 보여주는데다가 마지막 부분에서는 툼레이더 라라 크로포트 시절 착실히 쌓아온 여전사 이미지를 폭발시키며 박력 넘치는 연기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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