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호불호가 갈리는 무협소설, 학사신공.
기존의 전통적인 무협이라기보다는 신선계를 배경으로 약초와 영단, 영수, 선인들이 등장하는 선협 소설이다.
자질도 평범한 주인공이 약빨과 템빨로 더 높은 위계의 선인이 되며 적들을 물리치는 게 주된 내용.
장단점이 워낙 뚜렷한 소설인지라 취향에 따라서는 엄청난 팬이 되는가 하면 도저히 못 버티고 나가 떨어지는 마공서가 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 10권까지 읽은 후의 감상이 '이거 드래곤볼이네'였다는 거.
드래곤볼은 누구나 명작이라고 인정은 하지만 조목조목 뜯어 보면 허술한 부분도 많다.
초반부의 세계제일 무술대회에서는 늑대인간에 드라큘라에 악마까지 등장하는 대환장 파티고,
후반부에는 파워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서 강적이 등장 - 패배 - 수련 - 승리 - 더 강한 적이 등장하는 무한 반복 구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똑같은 그 뻔한 이야기가 항상 손에 땀을 쥐는 박진감 넘치는 전투로 이어지기에 계속 보게 만드는 흡입력이 있다.
이를 학사신공에 대입해보면 비슷한 설명이 가능하다.
주인공이 약초를 키우고 요수를 잡아 성장 - 강적이 등장 - 패배 - 틀어박혀서 수련하여 레벨업을 하거나 더 강한 아이템 습득 - 승리의 단순한 구조가 반복된다. 그런데도 각각의 사이클이 나름 재미있게 전개되기 때문에 애독자가 많다.
하지만 드래곤볼에 비하면 독자 취향에 따라 주화입마로 빠지게 만드는 요소도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원인이라면 역시 발번역 아닐까 싶다.
오탈자나 비문 뿐만 아니라 누가 봐도 소설의 제 맛을 살릴 수 있을법한 내용도 굉장히 투박하게 번역하면서 별점 두 개는 깎아버리는 듯.
드래곤볼을 어시스턴트가 그리면서 작화 붕괴를 일으킨 느낌이랄까.
그래서 벌어지는 '사건'에 집중하며 물 흐르듯 빠르게 넘겨 읽는 독자에게는 재미있지만, 필력을 보는 독자에게는 '도저히 못참겠다'를 외치게 만든다.
게다가 반복되는 이야기 구조는 연재 시작부터 한 회씩 따라오는 독자들에게는 큰 장애물이 아닌 반면, 한꺼번에 읽으려는 독자들에게는 한 시간 전에 읽었던 이야기가 또 튀어나오는 느낌을 줄 수 밖에 없다.
일단 10권까지 읽은 후 잠시 내려놓기는 했는데, 나중에 볼 만한 무협 소설 없으면 한 권씩 읽을만한 수준.
만약 누가 선협소설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아무래도 학사신공보다는 뫼신사냥꾼 쪽이 낫지 않을런지.
총평: ★★☆☆☆ 선계를 배경으로 주인공이 끊임없이 성장하는 무협 소설. 번역 때문에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전투 장면의 매력이 떨어지는 게 치명적인 단점. 글을 세세하게 읽는 게 아니라 사건 중심으로 빠르게 읽는 독자라면 매력을 느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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