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분야는 진입 장벽이 낮고 성공했을 때의 보상이 큰 반면, 실제로 성공하는 것은 운에 달렸다고 해도 좋다는 점에서 왠지 아이돌 가수 시장과 비슷한 느낌이다. 구독률 상위권을 달리며 판매량이 높은 글 중에서도 '이게 왜?' 싶은 글이 있는가 하면 유료화는 커녕 그 흔한 표지 한 장 없이 묻혀있는 소설 중에서도 진흙 속의 보석처럼 재미있는 글이 발견되기도 한다. 아이돌 가수는 최소한 외모를 보고 한 번 거를 수나 있지 웹소설은 한 권 분량 읽기 전에는 이게 수작인지 망작인지 구분하기도 힘드니 어떤 면에서는 더 운이 필요한 분야 아닌가 싶기도 하다.
도시 던전 연대기 역시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글.
작가의 최근작이자 그나마 나름 잘 나가는 '쥐쟁이 챔피언(https://blackdiary.tistory.com/1282)'을 읽고 '세계관은 마음에 드는데 문체가 너무 가볍고 필력이 좀 딸리는 것 아닌가'하는 리뷰를 남겼었는데, 그 이전작인 도시 던전 연대기를 보니 요즘 트렌드에 맞춰 일부러 그렇게 썼다는 걸 알 수 있다. 아무래도 주 독자층 연령대에 맞게 쉽게 술술 읽히는 글을 써야 하니 그런 듯.
개인적으로는 쥐쟁이 챔피언도 나쁘지는 않지만 오히려 도시 던전 시리즈가 훨씬 더 마음에 들었는데, 아무래도 세기말 분위기 물씬 나는 막장 세계관에는 좀 심각하고 진지한 문체가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초창기에는 범죄자들 버려두는 용도로 사용되던 신대륙.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구대륙을 넘어 설 정도로 발전하는 신대륙을 배경으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답게 극에 달한 빈부격차와 금전만능주의, 한탕주의가 뒤섞여 흐르는 세계.
1부인 '도시의 까마귀'에선 명문 마법사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주인공이 신대륙의 변호사로 살아가며 겪는 일들을, 그리고 2부 '진흙 가재'에선 도시의 가장 밑바닥 계층인 채집꾼이 은둔한 마법사를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진흙 가재에선 주인공이 너무 인위적으로 "이 세상을 바꾸겠어"를 외치는 혁명가로 급변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 좀 더 분량이 길었으면 그 당위성을 채워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하지만 유료화도 안 된 소설을 2~3권 분량씩이나 뽑아내며 제대로 된 완결을 낸 것만도 감지덕지인데 여기서 뭔가를 더 바라는 것도 무리일 듯.
연대기를 따로 분리시키지 말고 옴니버스 식으로 한 데 뭉쳐서 3부, 4부, 5부 계속 내주었으면 싶을 정도로 취향에 맞는 글.
총평: ★★★★★ 1부와 2부 합쳐서, 무료 연재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별 다섯개도 충분히 줄 만한 글. 만약 유료 연재라고 해도 쥐쟁이 챔피언이 별 3개 후반~ 별 4개 초반이라면 도시 던전은 별 4개 후반~ 별 5개 초반은 줄 수 있을 듯. 개인적으로 옴니버스 스타일의 글을 좋아하고 암울한 세계관을 좋아하다보니 제대로 취향 저격당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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