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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무협&판타지

무협 소설 리뷰: 중원 싹쓸이

by nitro 2020.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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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따비, 신의 노래로 유명한 산경 작가의 무협 소설.

씨디어스라는 필명을 쓰다가 비따비가 대박을 치고, 작가 이름값을 빼고 순수한 자기 실력으로 다시 성공할 수 있을지 본다며 산경이라는 필명으로 연재한 신의 노래가 또 대박을 친, 여러모로 비범한 작가다.

그러다 헌터물도 한 번 시도해 보더니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일찌감치 손 털고 나와서 쓴 작품이 무협.

글쓰기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장르를 가져와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은 나온다는 산 증인 아닌가 싶다.

평범한 회사원이 모종의 이유로 중원 무림계로 소환되고, 허름한 반점의 점소이부터 시작해서 현대의 지식을 살려가며 점점 성공해나가는 이야기.

그런데 현대의 지식이라는 게 흔히 등장하는 화약, 비누, 증기기관 이런 게 아니라 경영효율성 증대, 물류 시스템 개편, 현대적인 유통망 확보 이런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신선하다.

게다가 무림인들에게 자본주의의 매운 맛을 보여준다는 소설의 모토에 걸맞는 행보가 이어지는 것도 장점.


"무공 익히는 걸 거절했다고? 이유가 뭐냐?"

조광윤은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도리어 질문을 던졌다.

"무를 공부하는 것과 글을 공부하는 것, 어느 것이 더 어렵습니까?"

"무공은 그 끝을 보기 어렵고... 내가 글공부는 게을리했지만, 그것 역시 평생 해야 한다고 들었다. 우열을 가리기는 힘들겠지?"

"그럼 제가 어느 정도 무공을 수련해야 무예를 익혔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타고난 근골이 우수하나 나이가 많다는 게 흠이다. 최소 십 년 이상은 수련에 전념해야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지는 않을 거야."

"네, 제가 무공에 마음을 두지 않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십 년을 일해 벌어들일 돈과 십 년을 수련해서 얻을 무공 수위. 단순 비교만 해도 전자가 훨씬 이익 아니겠습니까?"

이제까지 돈으로 모든 것을 휘두르려는 주인공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초반만 지나면 대부분 일신의 무력을 키워 문제를 해결하는데 비해

이 소설의 주인공, 조광윤은 무공 수준을 높일 기연이 찾아와도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손해라고 여겨 흘려보내는 수준이다.

물론 후반부로 가면서 금력 뿐 아니라 권력과 무력까지 다 손에 넣게 되는데, 이게 글의 중심이 돈에서 무공으로 넘어간다기보다는

엄청나게 벌어들인 돈으로 현질한다는 느낌이라 크게 어색함이 없다. 

무력이 없는데 돈 버는 재주가 있으니 당연히 흑도의 눈에 띄어 노예처럼 구르게 생겼는데, 그 곳에서도 뛰어난 사업능력과 사내정치질을 바탕으로 입지를 다지고

만만한 정도 문파 하나 물어다 키우며 거대 세력인 남궁세가와 싸우는가 하면

황궁에도 은근슬쩍 끼어들며 권력까지 손에 넣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자본주의 만세!"를 외치게 된다.

총평: ★★★★☆ 무림에 떨어진 현대인이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성공하는 이야기. 핵심 내용 자체는 크게 대단할 것 없는데, 글의 전개나 필력이 무시무시하면 어떤 재료를 가져와도 이 정도 퀄리티가 나온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진중한 정통 무협에 비하면 좀 가볍지만, 잘 짜맞춘 흐름이 몰입감있다. 무협과 현대판타지를 제대로 섞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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