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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무협&판타지

판타지 소설 리뷰: 암시장의 거물이 되는 법

by nitro 2021.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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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면 언제나 허구와 현실성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너무 비현실적인 소설은 억지스러워서 독자로 하여금 몰입할 수 없게 만든다. 주인공이 부자가 되는 과정이 6연속 로또 당첨이라면 ‘이게 뭐야’라는 반응이 절로 나올테니까. 

  반면에 너무 현실적인 묘사에만 치중해도 재미가 없는 법이다. 작가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 누가 봐도 있을 법한 일만을 쓰려고 얽매이다보면 “일기는 집에 가서 쓰세요”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하지만 서로 대조되는 두 개념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현실이 판타지네’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는 사건이 비일비재한 요즘에는 더욱 그렇다. 오죽하면 뉴스가 영화보다 더 비현실적이라는 말이 나올까. 반대로 소설 속 인물이 비를 맞고 급성 폐렴에 걸려 죽는 매우 현실적인 전개라도 - 실제로 미국 대통령 윌리엄 해리슨이 비맞고 취임연설 하다가 3주만에 폐렴으로 죽었다 - 전후 맥락이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욕을 먹게 된다. 결국 작가 입장에서는 자신이 펼쳐내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쓰되, 그 내용이 독자들에게 충분히 공감될법한 개연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6연속 로또 당첨을 맞으려면 어깨 위에 조상신 유령이라도 붙어야 하고, 등장인물이 비 맞아 죽으려면 그 인물이 갑작스레 사라짐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파가 이야기 전개에 필수적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암시장의 거물이 되는 법’은 게이트와 괴물과 헌터가 등장하는 사회 격변기를 굉장히 현실적으로 그려냈다는 데서 매력이 있다. 게이트가 생기며 괴물들이 뛰쳐 나오면 어떻게 되는가? 극한 상황의 인간성, 이계 생명체가 등장하며 결속하는 인류, 괴수 부산물을 활용한 급격한 기술 발전, 사회 계층 구조의 변화 이런 것보다 훨씬 중요한 사실 한 가지: 게이트 주변 땅값이 떨어진다!

  한국 사람에게 땅값 떨어지는 것보다 더 현실적인게 어디 있을까. 그런데 게이트를 통해 고급 자원을 채집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되는가? 떨어졌던 땅값이 오른다! 그렇기 때문에 무시무시한 괴수를 잡아 A급 마정석을 추출하고 버는 10억과 게이트 사태 전후의 땅값 차액으로 벌어들인 10억은 비록 그 액수는 같더라도 현실감이 다르다.

  다른 소설의 주인공들이 과거로 회귀해서 미래의 고급 정보를 활용하며 숨겨진 아이템을 모으고, 나중에 크게 될 동료를 모으고, 숨겨진 사냥터에서 경험치를 모으는 동안 이 소설의 주인공 정인수는 라면을 사재기해서 종잣돈을 만들고 슬라임 점액을 모으고 히든 아이템으로 복권 사업을 벌인다.

  모든 일의 시작은 매우 허구적이지만 그 뒷부분을 현실에 녹여 내며 헌터회귀물을 퓨전판타지가 아닌 현대판타지 장르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그 미묘하게 어긋난 듯 하면서도 맞아떨어지는 허구와 현실의 조화가 재미를 자아낸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문학적으로 엄청나게 잘 쓴 글은 아니더라도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상상력과 색다른 접근을 통해 보는 재미가 읽는 글.

총평: ★★★☆ 고전적인 괴수 사냥 대신 게이트 주변 땅값의 시세차익을 노리고, 고전적인 장비 강화 대신 아이템 가챠를 팔고, 고전적인 이세계 재료를 혼합한 영약을 만드는 대신 슬라임 체액을 매점매석해석 쓰레기 처리장을 만드는 이야기. 현실적인 느낌이라 재미는 있는데 상당히 가볍게 진행되기 때문에 콘텐츠 떨어지는 순간 망할 것 같은 일말의 두려움이 남는다. 


중반부까지는 괜찮았는데 후반부 들어서면서 너무 짜고 치는 게임이 반복되는 바람에 하차.

양지의 조직과 암흑의 조직을 혼자서 모두 컨트롤하며 정부나 경쟁자들의 싸대기를 때리는 것도 한두번이지, 그게 너무 반복되니까 흥미가 떨어진다.

소소한 악당 이야기는 재미있었는데 진짜 거물급 악당 이야기는 준비가 안됐던 거 같아서 아쉽다.

총평: ★☆☆☆☆ 걱정했던대로 콘텐츠 떨어지자 같은 패턴이 반복되면서 하차. 완결 나긴 했는데 굳이 다시 볼 생각은 안 드는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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