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하 작가의 글을 볼때마다 저절로 나오는 감상이 "어디 술자리에서 입담 좋은 선배나 친척 아저씨의 (자뻑 섞인) 인생 성공담 듣는 기분"이다.
그만큼 현실감 넘치는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작가 본인이 회귀해가며 다른 삶을 사는 게 아닌 이상 전작에서 다뤘던 스위스 명품 시계 딜러, 국내 의류업계 회사원, 주류 유통업체 사장의 삶을 다 살아보지는 않았을테니 공부를 많이 한 작가라고 볼 수 있을 거다.
단순히 꺼무위키 뒤지고 책 한두권 읽어서 얻은 지식이 아니라 주변 사람을 관찰하거나 여기저기서 얻어 들은 풍월로 이 정도 내공을 쌓았을테고, 그러니 독자들이 '저 사람 진짜 중국 갑부를 장인으로 얻은 거 아니냐'고 할 정도로 디테일한 묘사가 나올 수 있는 것 아닐까 싶다.
물론 구렁이 담 넘어가듯 술술 넘어가는 소설 전개의 특성상, 문학적으로나 서사적으로 대단한 갈등과 성장을 다룰 기회가 별로 없고, 그래서 싫어하는 사람은 '뭔 놈의 소설이 매번 소재만 다르고 내용은 똑같다'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자리에서 듣는 선배 인생사는 재미있기 마련이다.
특히 이번 신작에서 다루는 카지노 이야기라면 더더욱 그렇다. 도박장만큼 사람의 본성을 잘 드러내는 곳이 또 있을까.
시작은 평범(?)하다.
카지노 딜러를 거쳐 마케터로 일하고 있던 주인공 윤태길.
아내가 애를 낳았는데 혈액형을 보니 내 애가 아니고, 믿었던 선배의 애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술 퍼먹고 자다 일어나보니 회귀.
고아원에서 나와 호텔관광학과 대학생으로의 삶을 시작하던 그 시점으로 돌아왔다.
주인공은 전생의 묵은 인간관계와 새로운 인연을 마주해가며 전생에서 이미 다져놓은 영어와 중국어, 그리고 카지노 딜러로서의 능력과 통찰력을 발휘하며 경력같은 신입으로서 성공을 이어나간다.
딱 1권 분량만 봐도 이전 작품들과 크게 다를 건 없을거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업계 소식에 빠삭하고 본인의 능력도 출중하니 그걸 바탕으로 성공을 거두는 게 뻔히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가 되는 이유는, 워낙 소재빨을 잘 살리는 작가인 탓이다.
"핸즈 워시 다시 해봐라. 방금 니 새 카드 뜯어놓고 핸즈 워시 했다이가. 뜯었다치고 다시 해보라고"
그 말에 난 내가 한 핸즈 워시가 뭐가 문제였을까를 생각하며 시키는대로 테이블 위로 두 손을 왕복시키며 내 손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플레이어 쪽으로 확인시켜줬다.
"니... 어디서 딜링 좀 했었제? 습관이라는 게 있다. 특히 핸즈 워시 같은 건 어느 정도 실전에서 경력 쌓이고, 계속 반복하다보면 딜러 본인은 몰라도 딜러 스타일에 따라 하는 방법이 굳어지기 마련. 니 방금 내가 다시 해보라고 시키기 전에 핸즈 워시 어떻게 했는지 아나?"
"..."
"FM대로 하자면 최소 딜러 가슴을 기준으로 7,80센치 정도는 벌려주는 게 핸즈 워시 아이가?"
"네, 맞습니다."
"근데 니는 다시 시키기 전에 딱 30센치 안에서 끝내더라고. 이게 실전 경험이 전혀 없는 스무살 짜리가, 그것도 대회를 준비하는 대학 1학년생이 할 수 있는 핸즈 워시는 아니거든."
정말 2003년으로 되돌아와서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후 처음 해보는 당황이었다. 오죽했으면 이마에 땀이 맺히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고치라. 의식해라. 니 핸즈 워시 그렇게 되바라지게 하는 거 무조건 감점 요소다. 그라고 테이블에 팔 기대지마. 최소 딜러 짬밥 3,4년차나 할 법한 걸 어디 딜링 대회 준비하는 놈이 벌써부터 하고 앉아있노? 딱 그 두개만 고치면 된다이."
"네."
"카드 돌리봐라."
과장 조금 보태서 "동작그만, 밑장빼기냐?" 할 때의 그 긴장감이 되살아나는 기분이다.
작가의 글 쓰는 스타일 특성상, 후반부 들어서며 업계 이야기꺼리가 다 떨어지면 좀 루즈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벌써 걱정할 문제는 아니고
무엇보다도 글 곳곳에서 나오는 사투리가 분위기를 살린다. 딜러로서 냉정한 표정을 지으며 딱딱 끊어지듯 "테이블 오픈. 게임 시작하겠습니다"라고 말하다가도 "그때 보니까 쪼메 서먹하긴 하데"라고 갱상도 머스마 특유의 사투리가 만들어내는 갭이 또 나름 재밌다.
엄청난 인생 명작은 아니겠지만, TV드라마 챙겨보듯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소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간에 연재 중단이나 망작테크를 탈 확률은 거의 없기에 가산점을 더 줄 수 있는, 그런 소설이다.
총평: ★★★★☆ 초반부라서 약간 후하게 별점을 주긴 했지만, 후반부에 망가지지만 않고 현재 템포를 유지한다면 별 네개 가능성은 충분한 소설.
2021년 11월 완결.
작가의 스타일답게 큰 이변없이 잔잔하게 끝이 난다.
생사대적을 물리치고 갈등을 해소하며 큰 고비를 넘기는 식이 아니라
그냥 평범하게 먼 길을 걸어 드디어 결승점에 도착했다는 느낌.
서인하 작가의 소설 특징이 초반에는 스위스 워치샵 딜러, 주류 유통회사 사장, 호텔리어 등 특색있는 직업들의 속사정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데 후반 갈수록 성공하는 모습이 비슷해지는 바람에 김이 빠진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묘사와 줄거리를 중시하는 스타일인지라 여기서 억지로 전개를 비틀기도 힘들다는 게 문제.
총평: ★★★☆☆ 초반에는 직업 특색 살려가며 성공하는게 재미있는데, 후반부에 거물이 되고 나서부터는 다들 비슷한 모습이 되어가는게 조금 아쉽다. 하긴, 어느정도 사회적 지위와 권력이 생기면 너무 톡 튀어나올 수 없는게 현실적인 묘사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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