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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무협&판타지

판타지 웹소설 감상: 아포칼립스의 유일한 흑마법사가 되었다

by nitro 2023.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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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한 세상에서 캐릭터를 키우고 국가를 키우고 세계를 통일하는.... 게임, "월드 리빌드".

주인공은 게임에서 압도적 랭킹 1위를 유지하는 고인물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날아온 서버 종료 소식에 화를 내다가, 당연한 전개로 게임 속 세상이 현실이 되어버린다.

시스템적인 제약으로 인해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 흑마법사라는 직업을 갖고,

게이머 시절 능력을 발휘해서 이놈저놈 다 씹어먹고 본인의 능력은 물론, 부하들 키워주고 영지를 업그레이드 시키며 잘나가는 줄거리.

이렇게 놓고 보면 굉장히 흔하디 흔한 전개인데, 읽다보면 김밥천국 김밥과 라면마냥 '어디서 많이 본 맛이지만 그래도 배고플때 이정도면 괜찮지 뭐... 냠냠'이라는 느낌.

무엇보다도 '죽일까, 살릴까, 기회를 한 번 더 줄까' 고민하지 않고 요즘 대세에 맞게 걸리는 족족 뚝배기를 깨버리는 호쾌한 맛이 있다.

"그래, 말로 해서 뭐하겠냐. 너는 애초에 사람 서열 정해두고 사는 놈인데. 권력이나 힘 있는 놈 아니면 다 자기 아래고, 자기 아래인 놈이 뭐라고 하면 '감히'지? 네가 폭력을 써도 저항하면 '감히', 네가 성희롱을 해도 화내면 '감히', 네 말에 뭐라도 반박하면 '감히'. 그러니까 나도, 저 아저씨도 죽이려고 한 거 아니냐. 감히 너한테 뭐라 했으니까."
"..."
"그런데 건웅아, 네가 모르는 게 하나 있어."
"..."
"지금 세상에 경찰이 없어."
내 말에 박건웅이 두 눈을 껌뻑였다.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듣겠다는 반응.
"경찰이 없다고. 내가 무슨 소리 하는지 몰라?"
"...?"
"하하하. 정말 모르나 보네."
어처구니가 없어서 메마른 웃음이 나왔다.
이 새끼, 여기까지 와서도 상황 파악 안되는 건가.
"건웅아."
박건웅과 눈을 마주친 채, 나는 최대한 나긋나긋한 말투로 말했다.
날 처벌할 사람이 없는데 내가 왜 널 살려줘야 하니?"
"...!"

평소에 갑질하던 인간 말종을 보내버리는 것은 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전개이긴 하다.

세상이 뒤집어졌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면서 사이다를 동시에 떠먹여주니까.

다만 대다수 소설은 뒤로 갈수록 그 강도가 약해지며 '주인공이 주도하는 새로운 세계지만 왠지 현실 세계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소설은 (최소한 3권 분량이 진행되는 지금까지는) 일단 주인공 앞길을 가로막으면 무조건 쳐낸다.

사람 목숨이 어찌나 파리 목숨 날아가듯 하는지 중국 소설 번역본 - 중국 웹소설 특징이 주인공의 이기주의와 인명 경시인지라 - 아니었나 싶을 정도. 

목숨이 아까워 안전하게 장인 직업을 선택한 영주민들이 영주가 된 주인공에게 돈과 작위를 요구하며 파업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훈작사 같은 중간 계급이 아니라 완전한 귀족 작위를 달라는 것과..."
"그리고?"
"...주어지는 일감만큼의 마석으로 보수를 달라고 했습니다."

보통 웹소설이라면 이런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전에 장인을 우대하고, 경쟁시키고, 드워프 장인도 영입하며 더 좋은 아이템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장인을 홀대하는 다른 영주들을 찍어누르는 전개로 가곤 한다. 

그런데 여기선 정반대.

"네 불만을 들어주지. 정인태라고 했던가? 오늘부터 넌 귀족이다. 훈작사가 아닌 정식 귀족. 이제부터 다른 개척자들과 넌 동급이며, 나 이외의 다른 누구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좋다."
"...!"
그 말에 모두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토록 쉽게, 그리고 관대하게 모든 걸 들어주다니.
"가, 감사합...!"
"그리고."
영주의 서늘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금 귀족이 된 저 대장장이를 사형에 처한다. 끌고 가서 죽여버려."
(중략)
나는 목을 삐딱하게 기울이며 정인태를 노려봤다.
"넌 대체 뭘 착각하는 거냐? 계급제라고 해서 여기가 봉건제인 줄 아냐? 상무적 계약관계로 영주도 귀족에게 함부로 할 수 없는?"
"..."
"지랄하고 있네. 여긴 절대군주정이다. 내 말이 법이고, 내 말이 왕인 사회란 말이다. 귀족이라 할지라도 내가 처형할 수 있다고. 정당한 요구? 할 수도 있지. 처우에 대한 불만? 말할 수도 있어. 불만이 안에서 곪는 것보단 솔직히 말해주는게 훨씬 낫거든. 그런데."
파업을 선언했다는 건 내 명령에 불복종한다고 선언한 것.
그로 인해 내가 나왔다는 건 놈의 의도에 끌려다닌 것.
하나하나가 나에겐 여러 모로 기분 더러운 구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놈은 이 모든 걸 의도했을 거다.
"구도를 만들 거면 똑바로 만들던가. 내가 거절할 수 있는 위치에서 네 시위때문이 아니라 내가 자발적으로 들어주는 식으로 했어야지. 파업? 요구? 심지어 스스로 찾아오는 게 아니라 날 끌어내? 아주 잘 한다."
"죄, 죄송합...!"
"사과하든 말든 상관없어. 어쨌든 넌 내 권위를 떨어트렸으니까. 여기서 널 안죽이면 난 시위를 해도 들어주는 영주, 눈치 안보고 요구할 수 있는 영주, 관대해서 한 번쯤은 까불어도 봐주는 영주가 될 거다."

개기는 놈은 그 자리에서 즉결처형. 암묵적으로 동조했던 다른 장인들까지 모조리 연대 책임으로 평민 강등.

사람에 따라서 '이건 뭐시여. 파시스트 독재자가 날뛰네?'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현실도 머리아파 죽겠는데, 소설 속에서라도 눈치 안보고 맘껏 질르는 게 좋지!'라는 독자도 있을 듯 싶다.

전반적으로 내용이 참신하다거나 필력이 대단하다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다르게 말하면 수많은 성공을 바탕으로 다져진 세계관을 기반으로 시원한 맛에 읽을 수준은 된다.

관건은 중, 후반 넘어가며 본격 영지물로 진입할 때 어떻게 질리지 않게 이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느냐라는 것.

총평: ★★☆☆☆ 엄청나게 잘 쓴 소설이라기보다, 요즘 트렌드에 맞춰서 독자들 입맛에 맞게 흔한 레시피에 MSG 듬뿍 부어서 만든 소설. 가볍게 읽을만한 사이다 게임 아포칼립스를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 후반부 빌드업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평점 차이가 크게 날 듯.


200화에서 하차.

시원시원하게 눈에 걸리적거리는 것들 밀어버리는 맛에 보기는 했는데,

중후반 넘어가면서 원패턴 반복이 지루해질 뿐 아니라 처음에 느끼는 통쾌한 맛이 많이 반감되어버렸다.

장점이 희미해지니 그 전까지 그냥 흘려보내던 단점-짜고치는 고스톱 방불케하는 멍청한 적들, 주인공이 손대는 일은 모두 성공하는 위기의 부재 등-이 부각되면서 결국 하차.

총평: ★☆☆☆☆ 김빠진 사이다가 되어버린 소설. 구조적인 문제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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