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텍스트 게임을 즐기던 연우혁이 어느 날 갑자기 게임 속 세계로 떨어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게임 속에서 깨어난 주인공의 직업은 포쾌.
경찰 겸 형사의 역할이라지만 대부분 상인이나 백성들 돈 뜯어먹기에나 관심이 있는 탐관오리들 뿐인 업종이다.
그러니 해결하기 어려운 사건이 생기면 모두들 인사고과에 마이너스 평가 찍힐 게 두려워 도망치는 현실.
하지만 이미 모든 퀘스트를 질리도록 깨버린 연우혁에게는 범인과 범행동기, 살해과정 등이 이미 다 아는 이야기일 뿐이다.
오히려 힘든 건 자신이 어떻게 범인을 알아냈는지 다른 사람들도 다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는 과정.
2층에서 머물던 사람들 중 한 명이 전낭을 훔쳐간 것이 분명했다.
"나는 제갈규다. 여기 있는 누군가가 내가 없는 사이를 틈타 전낭을 훔쳐갔다. 너희의 짐을 확인하려는데 거부할 자가 있으면 나와라."
검을 찬 무인이, 그것도 제갈세가의 위세를 앞세우며 저렇게 말하는데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손님들은 불쾌하고 당혹스러운 기색을 보였지만 거절하진 못했다.
"샅샅이 뒤져라."
"예!"
하인은 제갈규의 명령을 받고 손님들의 짐을 뒤지고 방 안을 뒤졌다.
그러나 전낭은 나오지 않았다.
(중략)
제갈규는 입술을 깨물었다. 순간 옆에서 가만히 서있는 포쾌가 눈에 들어왔다.
상황이 혼란하게 흘러가는데도 포쾌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골똘히 고민에 잠겨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는거냐? 혹시 의심가는 자가 없느냐?"
"아, 죄송합니다. 먼저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저 대장장이가 은자를 어디에 숨겼을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셜록홈즈에서나 볼 법한, 중간 과정 다 생략하고 결과를 단번에 알아맞히는 포쾌.
본신의 무력은 대단하지 않지만 상황을 꿰뚫어보는 영안과 자신의 게임 플레이 경험을 살리고, 여기에 현대인 감수성을 발휘해서 저잣거리의 물건도 돈 주고 사먹으니 단번에 세기의 명포쾌로 칭송을 받는다.
대대수의 회빙환 웹소설 특징이 어떤 길을 택하건 결국 더 강한 무력 또는 더 많은 금력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은 그 특출난 능력이 사건 해결에 맞춰지면서 독특한 매력을 자아낸다.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나가는 추리소설이 아니라 "범인은 너!"라고 해답지 보고 맞추듯 결과부터 알려주는 먼치킨 포쾌의 모험.
점점 거대 문파 무림인들과 꽌시도 만들어가며 큰 물에 뛰어드는데, 그 능력을 어떻게 발휘할지 기대가 된다.
총평: ★★★★☆ 그닥 깊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가볍게 읽히는 무협인데도 뭐랄까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다. 머리 굴려가며 사건 해결하는 소설이긴 한데 주인공이 두뇌파 먼치킨이라는 설정이 참신하다. 다만 회당 연재 분량이 좀 적고 비정기 연재라 언제 끝날지 몰라서 약간 불안불안하게 따라가는 중.
2023.11.24 완결.
오래간만에 아주 깔끔하게 끝난, 가볍게 볼 수 있는 무협소설.
'문제가 생긴다 - 주인공이 그냥 답부터 맞춰버린다 - 놀라고 경악하며 칭송하는 사람들'의 플롯이 연속적으로 등장하는지라 230화 정도에서 완결을 낸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해도 적절한 구도였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엔 어지간히 성공하는 웹소설들은 500화, 심지어는 1000화까지도 줄줄 늘어지는 판국에 이 정도면 작품성이 훌륭하다고 할 수 있을 듯.
첫 맛 그대로 끝맛까지 변치않고 가는, 재미있는 소설.
총평: ★★★★☆ 반복되는 전개에 조금 식상해질까 싶을 때 적절하게 잘 끊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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