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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Nonfiction_비소설

밥 먹는 술집을 차렸습니다

by nitro 2023.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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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는 술집을 차렸습니다 / 김광연 글, 박승희 그림, 지콜론북 (2019)

“혼자 조용하게 작업할 공간이 필요했지만 그런 장소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어떤 카페는 지나치게 노래소리가 컸고 어떤 카페는 의자와 테이블의 높이가 미묘해 작업하기 불편했다. 빵보다는 밥을 좋아하는데 밥을 먹고 나서도 오래 있을 수 있는 카페는 없었다. (중략) 노트북 하나만 가지고 하는 번역 일인데 무슨 작업실까지 필요하냐는 말에 대한 명분을 위해 메뉴를 구상하고 음료를 갖춰 구색을 맞추던 것이 광장의 시작이었다. 가게를 꾸려 수익을 낼 생각보다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낸 수익으로 적자를 메울 생각이었다.”

인터넷에서 “모든 대학생의 미래는 굶어죽거나 치킨집을 차리거나”라는 농담을 본 적이 있다. 문과를 선택하건 이과를 선택하건, 결국에는 취직이 안 되거나 취직되었다가 짤리거나 은퇴하며 퇴직금으로 치킨집을 차리는 것으로 귀결된다는 흐름이 순서도 한 장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대다수의 사람은 그 그림을 보며 역대 최악의 실업률을 느꼈겠지만, 나는 ‘왜 먹는 장사로 결론이 나는가?’라는 의문에 휩싸였다.

새로 문을 여는 식당의 90%는 5년 내에 망한다는 말을 들으며 요리를 배웠던 내 입장에서는 (그나마 한국은 미국보다는 사정이 조금 나아서 코로나 이전에는 19%가 5년동안 살아남았다) 왜 그 수많은 사람들이 무슨 자신감으로 식당을 개업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요식업, 다시 말해 먹고 마시는 것을 다룬다는 그 자체가 뭔가 묘한 매력이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그 오묘한 매력에 휩쓸려서인지 개인 작업공간을 만들다가 아예 식당 겸 주점을 개업하게 된다. 

그리고 책 한권 가득히 이어지는 가게 음식 이야기, 손님 이야기, 음식 파는 이야기, 사람 사는 이야기들.

수많은 음식 에세이들과 다른 점이라면 이 책의 대부분은 작가 개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광장’이라는 음식점을 중심으로 공간과 사람들과 음식에 얽힌 내용이 차지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찌 보면 술자리에서 가게 주인을 앞에 두고 세상사를 듣는 듯한 느낌도 든다.

흔히 생각하는 술집 주인의 이야기라고 하기엔 상당히 힙한 분위기도 없잖아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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