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히비스커스 /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민음사 (2019)
페미니즘을 주창하는 작가가 쓴 책이라 페미니즘 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가부장적 가정에서 딸이 겪게되는 억압 뿐 아니라 기독교가 억압하는 아프리카의 토속 신앙, 군부 독재자가 억압하는 민주화 운동, 극심한 빈부격차 등이 모두 뒤섞여 혼란한 나이지리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가부장적/기독교적/억압적 환경인 아버지의 집 정원이 빨간색 히비스커스로 뒤덮힌 반면, 보라색 히비스커스는 아직 아프리카의 전통을 지키며 자유롭게 사는 친척 집에서 가져 온 자유의 상징이다. 다만 나이지리아의 상황을 아프리카 국가들 모두에 적용시킬 수는 없는 것이, 상당수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슬람교를 믿고 있는데다가 그렇지 않은 지역이라 하더라도 아프리카의 전통 풍습이 - 여성 할례에서 나타나듯 - 그닥 여성 친화적이지는 않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듯.
영어와 기독교와 전교 1등이라는 성적표가 자신들의 삶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희망라고 믿는 아버지와 반정부 언론 편집장에게 폭탄 소포를 보내 암살하는 독재자와 아프리카 전통 축제에 간 것을 지옥에 떨어질 대죄라고 이야기하는 목사들 사이에서 어떻게 자유를 얻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에 순종함으로써 행복하다고 교육받는 사람들이 어떻게 깨어나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
사실 아프리카의 현실을 생각하면 당장 밥 먹기 힘든 사람들에게 굳이 정치나 종교, 여성권리까지 알려주며 등 떠밀어야 하나 싶기도 한데... 그럴 때마다 루쉰의 "외침"에서 "몇 사람만이라도 깨어난다면 쇠로 된 방을 부수고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이 절대로 없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는 구절이 떠오르는지라 섣불리 부정을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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