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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Daily_일상 생활

추석선물세트 분석

by nitro 2010.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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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양대 명절인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점점 둥글게 변하는 보름달 말고도 추석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건 여기저기 산더미처럼 쌓이는 택배와 우편물들.
우리집은 이마트가 입점해있는 주상복합이라서 그런지 지하 주차장 한번 내려가보면 추석선물세트 박스가 그야말로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그렇다면 이런 추석선물세트엔 어떤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지금까지 봤던 선물세트를 대략 일곱가지로 분류해서 개인적으로 순위를 매겨보았다.


7위. 생필품 선물세트
햄, 참치캔, 비누, 샴푸, 식용유 등 실생활에 자주 쓰이는 생필품이 내용물인 선물세트.
명절선물세트 중에선 그래도 가장 저가형으로 1만원~5만원 정도에 주 제품군이 포진해있다.
대부분 유통기한이 없거나 매우 긴 제품들이기 때문에 일단 선물해놓으면 하나씩 활용하게 된다.
주로 자취하는 선배나 가볍게 인사해야 할 곳에 많이 쓰인다.
하지만 워낙 실생활에 밀접한 상품인지라 윗사람에게 선물하기엔 약간 무리가 있을듯.
"선생님 추석인사 왔습니다. 이건 별거 아니지만 치약세트예요~"하기엔 좀 이상하니까...-_-;;


6위. 고급 식재료 선물세트
7위와는 정반대 컨셉의 고급 식재료 선물세트.
전복, 인삼이나 홍삼, 최고급 냉장육 등이 여기 속한다.
가격대 역시 만만치 않아서 최소 10만원 이상.  
하지만 주의해야할 점은 비싸다고 무조건 좋은게 아니라는 것.
특히 추출되지 않은 홍삼같은건 건강원에 따로 돈주고 맡겨서 쪄내야 하고, 대다수의 고급 식재료 역시 손이 많이 간다.
안그래도 바쁜 명절시즌에 부담이 늘어나는 셈.
그러면서도 보존 기간은 길지 않아서 선물 받자마자 먹지 않으면 맛이 반감되는 경우가 많다.
최고급 한우를 애써 냉장 배송했는데 냉장고에 넣을 자리가 없어서 냉동실로 들어가면 냉동육과 차이가 없으니...
게다가 명절시즌 특유의 폭발적 배송량은 배송지연과 이어지고, 이럴때 택배 받을 사람이 집에 없기라도 하면 대략 낭패.


5위. 상품권
단가가 너무 낮지도 않으면서 액수 선택이 비교적 자유롭고, 선물받는 사람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골라서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물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상품권.
하지만 너무 심하게 현금성 선물인지라 무성의하게 보일 수도 있고, 이른바 '봉투'의 특성상 왠지 뇌물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그렇게 선호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주로 부모님이나 친인척간 선물에 활용된다. 특히 명절을 맞이해서 일가 친척이 모이는데 졸업하는 손아랫사람이 있을 경우 축하금조로 활용하면 제격.


4위. 장기보존 식재료
뭔가 고급스러운걸 선물은 해야겠는데 앞서 말했듯이 보존이 어렵고 손이 많이 간다는 단점때문에 망설이는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나온 선물세트.
고급 건어물, 화고(최상급 표고버섯 말린것), 육포, 꿀 등이 이에 속한다.
선물하는데 좀 있어보이면서도 실제로 활용하기 쉽고, 오랫동안 두고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듯.
보통 5만원~10만원대 가격선을 유지한다.
하지만 장기보존 식재료의 특성상 그야말로 오랫동안 두고 먹게 되고 (표고버섯 같은건 1kg짜리 하나 받으면 1년은 먹을지도)
지난 명절때 받은 품목이 아직 남아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연합뉴스. "설 와인선물세트 가격은 천지차이". 2010.01.28일자.

3위. 와인 선물세트
만약 선물받는 사람이 와인을 즐긴다면 와인 선물세트가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와인은 그 종류에 따라 가격이 몇천원~몇천만원까지 천차만별이고, 쉽게 상하지도 않을뿐더러 원할때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피도 그닥 크지 않아 직접 방문해서 선물할 경우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부담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받는 사람이 와인에 대한 지식이 없거나 와인을 즐기지 않는다면 그닥 좋은 선택은 아니다.
쉽게 상하지 않는다고는 해도 보관을 잘못하면 맛이 변질될 수 있고, 가격대가 다양한 만큼 어느 수준의 와인을 선물받는지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뉴시스 인터넷 기사. "'당도보장 과일 선물세트' 믿고 선물하세요". 2006.09.21일자

2위. 제수용품 선물세트
너무 저가 제품도 아니고, 그렇다고 손이 많이가거나 보관이 어려운 식재료도 아니면서 추석 시장볼때 주머니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선물세트가 바로 제수용품 관련 선물이다.
사과나 배 등의 과일, 국과 산적 등을 만들수 있는 소고기 세트, 굴비세트, 한과 등이 여기에 속한다.
품목에 따라 가격도 다양하고 실제로 코앞에 닥친 명절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성이 높다.
고급 식재료 손질하는건 싫어하는 사모님도 명절 장바구니 가벼워지는건 대환영이니까.
하지만 이렇듯 장점이 많기 때문에 받는 입장에서는 선물이 중복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최악의 경우 사과만 대여섯상자 쌓일수도 있는 노릇이니까.


1위. 양주
선물 품목에서 항상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양주.
명절때뿐 아니라 선물을 해야할 일이 생기면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괜찮은게 없다 싶을땐 최후의 보루로 선택하게 되는 물품이기도 하다.

"정 교수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기가 막히게 활용되는 새 화폐를 찾아 헤맸다. 그 결과 여러 종류의 물품화폐가 발견되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술이었다" - 배명훈. "타워". 2009. 도서출판 웅진.

위의 소설에서도 언급하지만, 위스키를 중심으로 하는 양주는 똑같이 서양에서 왔으면서도 즐기는데 지식이 필요하고 보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와인과는 달리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가치를 지닌다. 사회생활 좀 오래 한 사람이라면 양주의 대략적 가격대를 꿰고 있을뿐만 아니라, 선물받은 물건을 보관해 두었다가 다시 다른곳에 선물하기도 지극히 용이하다는 점에서 화폐에 버금가는 교환 물품이다.
명절때 손님맞이용으로 쓸 수도 있고, 상품권처럼 지나치게 속보이는듯한 분위기를 풍기지도 않고, 그러면서도 은근히 품격이라는 걸 강조하는 듯한 물건이 바로 이 술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에서 명절 선물세트를 한번 흝어봤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한 활용성, 보존성, 가격의 세가지 요소만으로 선물의 가치를 매기는 것엔 무리가 있다.
약간의 관심과 센스를 더한다면 다른 무엇으로도 메꿀 수 없는 선물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자의 '속수지례(束脩之禮) : 묶은 육포의 예절. 가르침을 청할 때 스승에게 올리는 선물을 뜻함'을 생각하며 스승님께 육포 선물세트를 보내드릴 수도 있는 것이고, 직장 상사의 자녀가 올해 수능시험 본다는 것을 기억해 뒀다가 체력을 보충해줄 수 있는 홍삼을 선물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시기 적절하게 관심을 기울인 선물은 그 가치가 훨씬 더 높아진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졸업하면서 직접 담근 모과차를 교수님들께 선물로 돌렸는데 마침 감기가 유행하던 계절이라 다들 양주보다도 좋아하시던게 기억에 남는다.

결국 선물은 마음. 단지 그 마음을 얼마나 센스있게 표현하느냐를 염두에 둔다면 이런 선물세트 분류도 한번쯤 돌이켜볼만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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