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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Movie_영화169

웡카 초등학생 시절, 학교 앞 구멍가게 주인은 세상에서 가장 부자처럼 보였다. 수많은 장난감과 학용품, 해적판 만화책, 그리고 각종 불량식품의 산더미. 그 모든 것의 주인이었으니까. 그 중에서도 특히 알록달록한 식용색소와 설탕 범벅의 군것질거리는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의 욕망을 부채질하는 보물이었다. 그래서 은박지로 감싼 씨앗 몇 개 받고 각종 사탕과자를 건네주었던 위그든씨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이들의 대인배로 칭송받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마법같은 캔디를 만들어내는 사람의 이야기라면 더욱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다. 단, 그의 진면목을 실감하려면 이번에 개봉한 영화의 전작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2005년작인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아니라, 1971년에 개봉한 "윌리 웡카와 초콜릿 .. 2024. 2. 13.
밀수 가볍고 재미있게 보기 좋은 범죄 액션 영화. 1970년대, 바닷가에 공장이 들어서면서 해산물을 못 잡아 망하게 된 어부와 해녀들이 밀수업자들과 손잡고 몰래 물건 들여오는 내용. 뒷통수도 치고, 협박도 하고, 피도 좀 보는 와중에 피어나는 언니들의 끈끈한 우정이 포인트. 아쉬운 점을 몇 가지 꼽자면... (스포일러 주의) 더보기 1. 페미니스트 영화인가? 싶을 정도로 남자들은 죄다 악당에, (거의) 전부 죽어나간다. 범죄 영화에 폭력배들 죽어나가는 거야 그러려니 하는데 여자들은 너무 안죽다보니 약간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 특히 막판에 옥분이가 되살아나는게 좀 뜬금없었달까. 2. 15세 관람가를 맞추기 위해서인지 피 튀는 장면이 꽤 있음에도 불구하고 섹스와 폭력이 필요한 부분에서 좀 건너뛰는 느낌.. 2023. 9. 19.
슈퍼 마리오 (2023) 정말 오래간만에 영화관에서 본 영화. 아이들 핑계대고 가긴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내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부정할수가 없다.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별로 좋은 평가 못 받았다던데, 그도 그럴만한게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뻔한 내용의 줄거리를 캐릭터빨에 힘입어 풀어내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리고 수많은 다른 사람들도) 이걸 원했다. 꼭 영화 자체가 명작일 필요는 없다. 그저 가상의 캐릭터에 대한 헌정사에 불과하더라도 그 캐릭터와 유년시절 및 성장기를 함께 보낸 사람이 충분히 많다면 그 자체만으로 추억을 되살리는 훌륭한 영화가 된다. 심지어는 나처럼 집에 게임기라곤 아타리2000이 전부였고, 대부분의 게임은 컴퓨터로 즐기는 바람에 슈퍼 마리오와의 접점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도 그렇다.. 2023. 5. 13.
탑 건: 매버릭 VOD 목록에 올라와 있길래 주문해서 본 영화. 확실히 아이맥스로 봤으면 끝내줬겠다 싶다. 왕년의 전설 파일럿이 후배들 가르치며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를 성공시키는 뻔한 내용. 하지만 뻔한 내용이라는 건, 다른 말로 하면 '왕도'나 '정석'에 가깝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락 영화라는 목적에 맞게 풍부한 볼거리를 섞어가며 잘 풀어내다보니 앞이 훤히 보여도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다. 그나저나 톰 크루즈는 멋지게 늙는다와 안 늙는다의 중간쯤인 것 같다. 멋지게, 나이를 천천히 먹는 느낌. 2022. 10. 31.
결백 폭력을 휘두르며 앞길을 가로막는 아버지에게서 도망쳐 서울로 상경한 후, 서울대 입학하고 변호사가 되어 잘나가는 딸. 남편의 장례식장에서 마을 사람들이 먹던 막걸리에 독약을 탔다며 살인범으로 몰린, 치매 걸린 엄마.자폐증 동생, 수상쩍은 마을 사람들,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지역 유지들의 반응...딸이 엄마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고군분투하는 스릴러, 혹은 가족 드라마(?)쉴 새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며 시선을 끌어당기기 때문에 졸립지는 않다.배우들도 연기 잘 하고.실화를 기반으로 했다지만 실화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의 줄거리 자체도 나쁘지 않고.하지만 결정적으로 아쉬운 건 연출.똑똑한 딸내미 변호사 캐릭터는 잘 잡았는데 정작 그 똑똑함을 보여줄 곳이 없네? 명석한 두뇌로 증거를 찾아내고 .. 2020. 6. 15.
콰이어트 플레이스 소리를 내면 어디선가 달려와 사람들을 잡아먹는 괴물들의 출현.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이 언제나 그렇듯이 인류는 괴물들을 퇴치하는 데 실패하고, 얼마 안되는 생존자들은 말 그대로 숨죽여가며 삶을 이어간다.대다수의 공포물이 음산한 음악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비해, 이 영화는 철저한 무음의 세계에서 간혹 들리는 소소한 생활 소음만으로도 공포스러운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 특색있다.위험 상황이 닥쳤을 때 경보음을 낼 수는 없으니 붉은 조명이 경고의 역할을 하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가운데 켜지는 붉은 조명과 그 아래 겁먹은 사람들의 표정이 보여주는 심리 묘사가 압권.시작부터 장난감 하나 잘못 고른 탓에 괴물에게 살해당하는 꼬마아이는 처음부터 '아이는 죽이지 않는다'는 헐리우드 법칙을 깨버리며 관객들이 항.. 2018. 8. 16.
아가씨 기본적인 줄거리는 사기꾼 일당이 돈 많은 부잣집 아가씨를 꼬셔서 재산을 훔쳐내려는 사기극. 후반부의 거듭되는 반전을 포함하더라도 큰 틀은 '인사동 스캔들'이나 '범죄의 재구성' 류의 범죄 스릴러 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그런데 여기에 박찬욱 감독 특유의 야하면서도 뭔가 끈적끈적한 느낌의, 평범하지 않은 육체적 사랑 이야기가 섞이면서 영화 전체의 색깔을 크게 바꿔놓은 느낌. '올드보이'에서 피튀기는 액션 복수극에 근친상간이 섞이면서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과 비슷하달까.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봤지만, 이런 묘한 분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릴 듯. 2016. 7. 30.
미 비포 유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로맨스 영화. 하지만 단순한 로맨스 영화로 보기엔 안락사 문제가 엮이면서 뭔가 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인도 영화, "청원"과 비슷한 느낌이기도 하고...잘나가던 부잣집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해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고, 간호원으로 고용된 여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면서 닫혀있던 마음을 열게 해준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체적 고통과 자유에 대한 갈망 때문에 안락사를 선택하려는 남자와 그 마음을 돌려보려는 여자의 이야기.엄청난 명작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겠지만 로맨스 영화를 좋아한다면 추천.천마디 말보다 더 풍부한 감정을 나타내는 여주인공의 눈썹 때문에 몰입이 좀 방해되는 면도 있다. 어떻게 사람 눈썹의 움직임이 저렇게 다이나믹 할 수 있을까. 2016. 7. 3.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오래간만에 개봉한 스타워즈. 컴퓨터그래픽으로 떡칠한 에피소드 1,2,3이 워낙 욕을 많이 먹어서인지 이번엔 전반적으로 클래식과 비슷한 분위기가 난다. 이게 어찌보면 장점이고, 또 어떻게 보면 단점인데 과거의 스타워즈에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이야 좋아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스타워즈 클래식의 울궈먹기 버전 아닌가 하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기 때문.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미 클래식에서도 데스스타를 울궈먹었으니 '그냥 스타워즈는 원래 큰 줄기는 비슷해'라고 생각하고 포기하면 편할지도 모르는 노릇이다.제국군이 엔도 전투에서 패배한지도 어언 30년. 하지만 부잣집은 망해도 3년은 먹고살게 있다는 말도 있듯이 전 은하를 지배하던 제국 역시 망해도 30년은 먹고 살 게 있는 모양이다. 제국군 잔당인 '퍼스트 오더'는 공화.. 2016. 1. 13.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정말 오래간만에 후속편이 나온 매드 맥스.1편과 3편은 아예 본 적도 없고, 2편의 내용 중 일부분만 가물가물하게 생각난다. 하지만 그 단편적인 이미지에서도 세기말적 분위기를 엄청 잘 묘사했다는 건 분명히 기억난다.어찌보면 만화, 북두의 권에서 묘사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분위기와도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많아보이는데 실제론 매드맥스 1편이 70년대 후반에 개봉했고 본격적인 문명 붕괴 이후의 배경인 2편도 81년에 개봉했으니 83년부터 연재한 북두의 권보다 한 발 앞서나간 선구자인 셈.85년에 개봉했던 3편 이후 30년만에 돌아온 매드 맥스는 (비록 멜 깁슨은 없지만) 전작의 흥행요소를 잘 계승하고 있다.암울한 미래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악당들. 별로 심오한 내용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액션에 당위성을 부여.. 2015. 6. 19.
디 에이지 오브 애덜린: The age of Adaline 바쁜 일이 얼추 끝나서 오래간만에 아내와 함께 영화관에 가서 본, 디 에이지 오브 애덜린. 어찌어찌하다가 사고로 인해 늙지 않는 몸을 갖게 된 여인의 이야기다.보통 늙지 않는 캐릭터라고 하면 주변 인물들이 다 세월의 흐름을 타고 있는데 그 물결에서 벗어난 사람의 고독함, 외로움, 소외감 등등을 주제로 삼기가 쉬운데,이 캐릭터는 고작(?) 100년 남짓한 기간을 살아온지라 그런 심정이 절실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물론 영화 내에서는 FBI에 끌려가서 생체실험 당할 뻔 하다가 도망친 후로 10년 단위로 신분을 세탁하며 이리저리 떠돌아 다니는 삶을 묘사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영화의 포인트는 그게 아닌 듯.깊이있는 철학적 사색보다는 시대를 뛰어넘어 어느 시절 패션에 맞춰놔도 빛을 발하는 애덜린(이라고 쓰고 블.. 2015. 5. 15.
상의원 오래간만에 본 한국 영화. 뭐, 전반적으로 내용이 엄청 재밌다거나 하진 않고, 배우들 연기도 한석규 빼면 뭐 그냥저냥.특히 분위기에 맞지 않는 억지 개그코드나 개연성 부족 등은 마이너스 요소다.하지만 화려한 한복 감상하는 맛에 보는 영화. 의상 제작비만 10억이라던가... 후덜덜.영화 황진이와 마찬가지로 '한국적인 것도 이렇게 멋질 수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 2015. 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