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ch/Concert_공연12 브로드웨이 뮤지컬, 팬텀 오브 오페라 현진건의 "피아노"라는 소설에서는 화목한 가정을 상징하는 소품으로 피아노가 등장한다. 남편과 아내 둘 다 피아노라고는 한 번도 쳐 본 적 없으면서 그럴듯한 집안 풍경에는 피아노가 배경으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일념에 구입한 피아노. 그리고 1980년대 어지간히 사는 집에서는 오디오 시스템이 그런 역할을 하곤 했다. 카세트 플레이어, 라디오, CD 플레이어, 턴테이블이 세트로 차곡차곡 쌓여있는 모습은 TV 옆의 허전한 공간을 채워주는 필수품이었달까. 하지만 그 빠방한 음향기기를 채워줄 음반들은 빈약하기 그지 없는 게 또 그 당시의 실상이었다. 세일즈맨이 서비스로 끼워주고 간 클래식 음반 약간을 제외하면 대다수가 뽕짝이나 트로트, 그것도 구루마(손수레가 맞는 명칭이지만, 불법복제 음악 테이프는 손수레에서 팔지는.. 2022. 10. 20. 브로드웨이 뮤지컬, 비 모어 칠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뮤지컬을 꼽는다면 단연 '해밀턴'과 '디어 에반 핸슨'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해밀턴이 미국의 역사라는 흔치 않은 주제를, 현대 음악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나갔기 때문에 각광을 받는다면 디어 에반 핸슨은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외로움과 소통에 대한 진지한 담론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인정받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후로 수 많은 작품들이 해밀턴이나 디어 에반 핸슨을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야심차게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넘기는 커녕 간신히 따라잡기에도 벅찬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비 모어 칠(Be more chill)'은 청소년들의 성장 드라마를 다루면서도 디어 에반 핸슨과는 다른 방법으로 풀어나가며 나름대로의 매력적.. 2019. 4. 24.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키드 인생을 살면서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나 영화를 묻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스타워즈다. 단,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따르는데, 영화 뿐 아니라 컴퓨터 게임으로 발매된 스타워즈까지 포함한다는 전제 하에서다. 영화에서는 은하 제국이 악으로 등장하고 제다이 기사들은 황제의 압제에 맞서 싸우는 정의의 용사로 묘사되지만, 게임 (스타워즈-타이 파이터, 제국의 수호자)에서는 제국군 전투기 조종사로 플레이 하면서 오히려 공화국이야말로 무능과 부패의 상징이고 제다이는 해적들과 별 다를 바 없는 테러리스트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린 마음에 정의의 주인공은 언제나 옳고 악당은 항상 나쁘다는 이분법적 세계관에 빠져있었던 나에게, 등장인물이 타락하거나 개과천선해서 바뀌는 것이 아니라 단지 보는 관점을.. 2019. 4. 20. 북 오브 몰몬: 신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영어를 공부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영어 듣기에서만큼은 미국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듣는 게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직 아프리카 방송국이 인터넷 개인방송의 절대 강자였던 무렵, 주구장창 심슨 가족이나 프렌즈 전 시즌을 무한 반복해서 틀어주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심심하면 들어가서 보곤 했던 것. 처음에는 자막에 집중하다가 2회차, 3회차를 넘어가면 내용이나 대사를 대충 외울 정도가 되면서 영어 듣는 귀가 트이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그런 영상물 중의 하나가 바로 사우스 파크. 욕을 입에 달고 다니는 꼬맹이들이 싸돌아 다니며 사회의 부조리함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데, 심슨 가족이 대상을 막론하고 돌려 까는 걸로 유명하다고는 해도 사우스 파크의 하.. 2019. 4. 14. 브로드웨이 뮤지컬, 킹콩 뉴욕 브로드웨이 하면 많은 사람들이 뮤지컬을 떠올리지만, 정작 뉴욕에서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뮤지컬을 보기란 쉽지 않다. 브로드웨이 42번가나 렌트(Rent) 같은 뮤지컬이 있기는 하지만 이미 막을 내린 지 오래. 그나마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뮤지컬 중에 롱런하는 건 시카고 뿐. 그러다보니 오래간만에 들른 브로드웨이에서, 그것도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킹콩을 공연하는 것을 봤을 때는 이미 TKTS 부스에서 줄을 서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줄서서 기다리는 동안에 주위에서 들리는 '킹콩 별로라더라'라는 수군거림이 불안감을 안겨주긴 했지만 지역 이름 들어간 특산 메뉴만 보면 안 사고는 못 배기는 인간인지라 꿋꿋하게 표를 구매했다. 킹콩의 원작은 누구나가 다 아는 그 영화. 무려 1933년에 처음 만들.. 2019. 4. 12. 리카르도 무티와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하는 시카고 심포니가 온다길래 낼름 표를 구입. 예전부터 한번 들어보고 싶었는데 다행하게도 학교에서 공연하게 되어 학생 할인가로 단돈 $10에 관람할 수 있었다. 예전에 한국에서 현대카드 슈퍼 콘서트로 CSO를 초청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티켓 가격을 생각하면 완전 저렴한듯. 두시간여에 걸쳐 비발디의 Concerto in A Major for Strings and Continuo, 모짜르트의 Symphony No. 38 in D Major, 베토벤의 Symphony No. 4 in B-flat Major의 연주를 들었다. 클래식은 워낙 문외한인지라 뮤지컬 정도가 소화할 수 있는 한계인데도 불구하고 뭐랄까 확실히 포스가 다른게 느껴진달까 그런 느낌. 음악에 대해 잘 몰라도 끝까지 몰입하.. 2013. 4. 26. 백조의 호수 예전에 러시아 국립발레단이 학교에 와서 공연한다길래 관람한 백조의 호수. 확실히 러시아 무용수들이 키도 크고 다리도 길고 피부도 하얗고 기타 등등의 신체조건으로 인해 발레 하기엔 축복받은 유전자인듯. 백조의 호수에는 여러가지 버전이 있는데 이번에 공연한 건 해피엔딩 버전이다. 왕자의 성년을 축하하며 무도회가 열리고, 사냥을 나간 왕자가 밤에만 사람으로 변하는 백조 오데트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왕자가 신부감을 고르는 자리에 악한 마법사의 딸이 오데트로 변장해서 선택받고, 뒤늦게 잘못을 깨달은 왕자가 호수로 달려가 오데트와 힘을 합쳐 악당을 무찌르는 교훈적인 줄거리. 백조의 호수 음악 자체가 약간 비장하고 슬픈 느낌이 있어서 주인공들이 죽는 비극으로 끝나는 게 더 어울리지 않나 생각도 들지만, 어린아이들 .. 2013. 3. 3. YB콘서트~ 얼마 전에 다녀온 윤도현 밴드 콘서트. 폰카로 찍은거라 사진 화질이 좀 엉망이지만서도~ 윤도현 밴드 콘서트는 언제 가도 재밌다. 소리지르며 뛰다보면 어느새 3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릴 정도. 88! 88! 88! 88! 2008. 11. 30. 닥터 이라부 종합병원 병원장의 아들. 의학박사인 동시에 정신과 의사. 포르셰 소유. 이것만 보면 왠지 백마탄 왕자님 스펙이다. 그러나... 뚱보에 지저분한 머리. 마마보이. 주사 집착증. 변태. 이렇듯 어울리지 않는 요소들이 모이고 뭉쳐서 만든 세기의 정신과 의사. 닥터 이라부. 오쿠다 히데오 원작소설인 인더풀이나 공중그네, 면장선거에 등장하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내용도 물론 재밌었지만 특히 이 캐릭터가 엄청 마음에 들었던 관계로 연극도 보러 갔다. 전반적인 내용의 깊이는 아무래도 소설을 따라잡기 어려웠고 특히 그 조그만 소극장에서 출연진들이 장면 바뀔때마다 숨가쁘게 무대장치 옮기는 것도 나름 안습. 그러나 이라부 선생과 간호사 마유미의 캐릭터 재현은 그야말로 놀라운 수준이었다. 이라부의 특징은 경박함보다는 철없음이.. 2007. 12. 7. 탱고 파이어 아름답고 관능적이며 열정적이다. 예전에 국내 선수(?)들의 땅고(탱고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더만...) 경연대회를 본 적이 있는데 왠지 어색한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사람도 멋있고 옷도 멋있는게 그 둘이 잘 안맞는 느낌?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 본토 공연단이 와서 하는걸 보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아울러 4중주 악단의 연주 역시 수준급. 2007. 5. 13. 리골렛토 '여자의 마음' 하나만 듣고 와도 본전은 뽑는 오페라.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것을 직접 체험했을 때, 그리고 상상했던것 이상으로 감동적일 때의 그 느낌은 말로 표현이 불가능하다. 2007. 4. 20. 태양의 서커스 - 퀴담 기존의 획일화된 서커스에서 한단계 진화한 새로운 공연 - 태양의 서커스. 예전의 서커스가 관객들의 외면을 받은 이유는 결국 '기술'의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나도 서커스를 몇번 보긴 했지만 항상 똑같은 공중그네, 외줄타기, 아크로바트 등이 반복되니 세계 탑클래스 수준의 서커스단이 아닌 바에야 굳이 또 보고싶은 생각이 안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기술적 요소들을 다시 조합하여 하나의 이야기가 있는 공연으로 만들어낸다면 어떻게 될까. 바로 그 답이 퀴담에 있다. 단순히 스토리의 유무가 아닌, 그 스토리로 인해 인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바로 태양의 서커스가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일듯. 2007. 4. 1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