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Nonfiction_비소설85 왕의 과자 왕의 과자 / 이시이 무쓰미 지음, 구라하시 레이 그림, 고향옥 옮김. 문학과지성사(2023)파이에는 '왕의 과자'라는 근사한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새해 첫 달, 가족이나 소중한 친구들이 모였을 때 먹는 파이지요.안에는 콩알만 한 도자기 장식품인 페브가 들어 있고,그것을 뽑는 사람은 왕관을 쓰고 왕이나 여왕이 됩니다.그뿐만이 아닙니다.페브는 주인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답니다.- p.5작은 도자기 인형인 '밀리'가 블랑 씨의 가게에서 파이 속으로 들어가 아이들에게 뽑히며 행복을 가져다주는 이야기.일본 그림책 특유의 유럽 풍습에 대한 선망이랄까 판타지가 녹아 있는 동화책이다.먹음직스러운 갈레트 데 루아 - 왕의 과자가 예쁘게 그려진 그림도 좋지만, 누구나 흔히 짐작할 수 있는 따뜻한 결말 역시 힐링하며 읽기에.. 2024. 11. 21. 콩 한 알 콩 한 알 / 이상교 지음, 이윤희 그림. 딸기책방(2024) "콩 한 쪽도 나누어 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서로 나눌 만큼 친밀한 사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콩 한 쪽밖에 안되는 것도 나누어 먹어야 할 정도로 궁핍한 상황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콩 한 알은 보잘것 없는 먹거리, 작은 것의 대명사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런 조그마한 완두콩 한 알이라도 누군가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훌륭한 만찬이 된다. 예를 들어 "바싹 마른 생쥐 한 마리"에게는 "통통 살진 콩 한 알"이 "침 잴잴" 흘리며 쫓아다니게 만드는, 그런 보물이다. 원작 동시도 재미있고 읽는 맛이 있는 훌륭한 시지만 이를 바탕으로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듯, 한국 전통 민화를 감상하듯 아름다운 색채로.. 2024. 11. 7. 할머니의 팡도르 할머니의 팡도르 / 안나마리아 고치 지음, 비올레타 로피스 그림, 정원정 옮김. 오후의 소묘 (2019)삶의 막바지에 접어든 할머니. 그리고 그녀를 찾아온 사신.할머니는 사신에게 케이크 속에 들어갈 달콤한 반죽을 먹여주며 말한다."맛이 어때요? 사실 이 소는 말이에요, 비스코티 사이에 발라서 설탕 가루를 뿌려 먹으면 정말 맛있지요. 지금과는 비교도 안 돼요. 아, 그 맛을 보면 참 좋을텐데. 아쉬워서 어쩌나 ⋯ ⋯. 어디 보자, 음. 그래요. 적어도 일주일은 있어야지. 일주일 뒤에 내가 맛을 보여 주리다."왠지 팥죽 할멈과 호랑이가 떠오르기도 하고, 저승차사에게 뇌물삼아 한 상 잘 차려먹이고 삼천년을 살았던 사만이 설화가 생각나기도 하는 전개다.하지만 그 결말은 호랑이에게 죽음의 연쇄 콤보를 넣었던 팥죽.. 2024. 11. 6. 사치스러운 고독의 맛 사치스러운 고독의 맛 /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박선형 옮김. 샘터(2021).달걀밥에 대해서는 목청 높여 "일가견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몇 년 전 유명하다는 양계 농가를 취재하면서 달걀에 대한 자료를 숱하게 읽고 연구한 끝에 이라는 소설을 집필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궁극의 달걀밥 가게를 열어, 나고 자란 시골 고향 마을을 일으키려는 열정적인 청년에 관한 이야기다. 이 소설을 집필하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다양한 종류의 달걀밥을 이것저것 수없이 만들어봤다. 얼마나 심하게 파고들었던지, 달걀밥을 주제로 한 강연에도 초청되어 나갔고, 심야 예능 방송에는 달걀밥 전문가로 출연하기도 했다. (중략) 역시 달걀과 밥이란 어떤 식재료와도 궁합이 좋은 팔방미인이다. 어떤 재료를 곁들여도.. 2024. 10. 15.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문학동네(2023).삼십 년에 한 번밖에 우승하지 않는 팀을 응원하노라면, 딱 한 번의 우승으로도 오징어를 질겅거리듯 십 년 정도는 즐길 수 있다.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 p.19바다가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거나 하면 정말이지 행복하다. 도쿄에는 바다가 없고 (있긴 하지만 그건 바다 축에 끼지도 못한다) 쇠고기도 비싸다. 유감천만이다. 이따금 바다가 그리워지면 쇼난이나 요코하마에 가는데, 뭔가 마음에 차지 않는다. '일부러 바다를 보러 예까지 왔습니다'하는 느낌이 앞서기 때무이다. 바다 쪽도 '여, 이것 참 잘 오셨습니다'라는 듯한 느낌이다. - p.26내 경험으로 봤을때 절대로 고용해서는 안 되는 타입이 몇 있다. "급료는.. 2024. 10. 12. 아주 특별한 독립 빵집 이야기 아주 특별한 독립 빵집 이야기 / 닐 패커 지음, 홍한별 옮김. 꽃피는책(2024).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 건 노부부가 식탁에 앉아 막 아침을 먹으려던 때였습니다.문밖에는 도시 사람들 거의 다가 모려와 있었는데요, 질서를 갖춰 선 줄이 어찌나 긴지 동네 밖까지 이어져 있었습니다.다들 "제발 부디 그 맛있는 빵을 다시 살 수 없나요?"라고 물었고요.- 본문 중에서우리 주변에서, 그리고 세계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대기업이 중소 영세 상점을 잠식하고, 대량생산된 공산품을 마구 찍어내면서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다시 예전의 손맛 가득한 빵을 원한다.보통의 동화라면 "빵공장의 악덕 사장이 쫓겨나고 늙은 제빵사 부부가 다시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끝."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는 조금 .. 2024. 9. 19. 브로콜리지만 사랑받고 싶어 브로콜리지만 사랑받고 싶어 / 별다름·달다름 글, 서영 그림. 키다리(2021) 아이들에게 미움받는 브로콜리의 이야기. 소시지처럼 분홍색 칠을 하기도 하고, 라면처럼 머리를 뽀글뽀글 파마도 해보고, 심지어는 보더콜리 강아지가 사랑받는 것을 보고 '보로콜리'로 개명도 하지만 소용이 없다. 그러다가 마지막의 마지막에 브로콜리가 떠나기 직전 남겨놓은 브로콜리 수프를 마신 아이들이 맛있다고 좋아하며 해피 엔딩. 친구들에게 인기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인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인위적으로 꾸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본연의 매력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깨달을 수 있을 듯 하다. 다만 브로콜리 크림 수프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요리다. 엄청나게 어려운 요리는 아니지만 .. 2024. 4. 20. 심플 푸드 심플 푸드 / 앨리스 워터스 지음, 제정인 옮김. 바세(2021) 뭔가를 가르친다는 건 결국 어느 정도는 비슷한 커리큘럼을 따르게 되는 듯 하다. 요리 역시 마찬가지. 기본적인 주방 도구와 재료에서 시작해서, 간단한 샐러드와 소스를 거쳐, 해산물과 육류를 다양한 방법으로 지지고 볶고 삶는다. 그 과정이 지향하는 목표가 프랑스식이냐, 이탈리아식이냐, 가정식이냐, 연회요리냐의 차이가 있을 뿐. 이 책, 심플 푸드 역시 기본적인 식재료와 소스의 설명을 읽다보면 샐러드와 수프를 거쳐 파스타와 오븐 요리, 수플레, 타르트를 지나 과일 디저트와 아이스크림으로 끝맺음한다. 그리고 그 모든 요리에는 "최고로 상태가 좋은 맛있는 식재료라면 그저 단순하게만 요리해도 놀랄 만큼 맛있는 요리가 된다"는 저자의 철학이 담겨있다.. 2024. 3. 2. 커피와 담배 커피와 담배 / 정은 지음. 시간의흐름(2020) 시간의 흐름 출판사에서 펴낸 '말들의 흐름' 그 첫번째 책. 커피와 담배라는,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한 숨 쉬어갈 때면 손에 들게 되는 기호품(이자 필수품)에 대한 산문집이다. 소설가인 동시에 카페 주인장이었던 저자의 경험과 삶의 철학이 커피와 담배에 잘 묻어나온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는 볶은 지 한 달 지난 파나마다. 파나마는 처음 볶았을 때는 맛이 복잡해서 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한 달 이상 묵힌 다음 마시면 숙성되면서 맛이 부드럽게 하나로 모여져서 놀랍도록 맛있어진다. (중략) 한 달 지난 파나마 커피는 사치스럽다. 왜냐하면 한 번에 콩을 1킬로그램씩 볶는데, 이 원두가 한 달 동안 안 팔리고 남아있어야 그 맛을 볼 수 .. 2024. 2. 6. 빅맥 & 버건디 빅맥 & 버건디 / 바네사 프라이스, 아담 라우쿠프 지음. 이유림 옮김. 청담숲 (2023) 와인 페어링이라고 하면 뭔가 번쩍거리고 으리으리한, 나와는 별 상관없는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음식과 음료를 곁들여 먹는 그 모든 것이 페어링이다. 콜라와 햄버거, 치킨과 맥주, 삼겹살과 소주 역시 훌륭한 페어링의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와인과 음식 역시 반드시 최고급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그 둘이 만들어내는 맛의 조합이 훌륭한 시너지를 일으키기만 하면 되니까. 이 책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소개한다. 물론 전통적인 고급 와인과 비싼 음식들도 다루고 있지만, 그보다는 와인의 맛에 어울리는 음식의 풍미란 어떤 것인를 알.. 2024. 2. 1. 어떤 레스토랑의 비밀 어떤 레스토랑의 비밀 / 김창순 지음. KONG (2023) 어떤 슬픔과 고난이 닥쳐도 사람은 먹어야 사는 존재다. 불행에 빠져 온 세상이 무채색으로 보여도, 음식을 먹으면서 주변이 색깔을 되찾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경험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은 겪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뜨겁고, 차갑고, 맛있으면서 포만감을 느끼게 만드는 음식 덕분에 일상으로 돌아오는 한 남자의 이야기. 검푸른 회색빛에서 출발하는 여정이 마치 앙리 루소의 아프리카 그림처럼 생동감 넘치는 결말로 이어지는데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그림과 색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글밥이 많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할 공간이 많아지는 이야기. 다만 두번째 페이지에서 '가족이 사라졌다'라는 지문만으로도 충분히 암울하고 충.. 2024. 1. 24. 부글부글 말 요리점 부글부글 말 요리점 / 조시온 글, 유지우 그림. 씨드북 (2023) 말 요리점이라는 제목에 말이 말고기 요리를 하는가 싶어서 읽은 책. 실제로는 말(馬)이 아니라 말(言)을 요리하는 내용이지만. 말 요리사가 전설의 말 요리법을 찾아내어 식당을 차렸지만 손님들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요리책의 비밀을 풀고 험한 말보다 고운 말이 더 맛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책. 무시 한 숟갈 넣고 끓여서 "이것도 못해? 실력없으면 당장 나가!"라는 글자가 둥둥 떠있는 지글지글 말 탕을 먹으며 "날 무시하다니! 먹을수록 열받네! 속이 지글지글해!"라고 외치는 호랑이가 인상적이다. 그런데 따끈따끈 말 탕을 먹으며 인정받는 기분에 흐뭇해하는 호랑이보다 불꽃을 뿜으며 지글지글 말 탕을 먹는 모습이 더 현실적으로 보.. 2024. 1. 12. 이전 1 2 3 4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