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판타지 소설계를 이야기할때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드래곤 라자.
냉정하게 따져보면 드래곤 라자와 동급으로 잘 쓴 소설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영도 작가의 후기작인 '눈물을 마시는 새'나 '피를 마시는 새'와 비교해보면 드래곤 라자가 완성도 측면에서는 한단계 떨어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하나의 이정표로 자리매김한 이유는 마치 공식과도 같이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지던 판타지 소설계에서 자신만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싶은 이야기를 풀어냈기 때문일듯. 마치 반지의 제왕급으로 잘 쓴 소설은 있어도 톨킨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소설은 흔치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고나 할까. (실제로는 톨킨 역시 북유럽 신화를 많이 참조하긴 했지만서도)
마을 초장이의 아들 후치가 드래곤에게 인질로 잡힌 아버지(및 원정대)의 몸값을 마련하기 위해 수도로 향하는 과정에서 정체를 숨긴 대마법사도 만나고, 오크도 만나고, 엘프도 만나고, 드래곤도 만나며 벌어지는 일대 모험담이 메인 줄거리. 각각 떼어놓고 보면 그냥 재밌는 모험담이지만 그 과정에서 작가 특유의 사색이 묻어나는게 특징이다. 특히 인간 관계나 사람들의 인식에 대한 생각을 풀어내고, 이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탁월하다. (그 중 일부분은 교과서에 실린 것으로 유명해지기도 했다)
초기 판타지 소설이기 때문에 이런 장르 문학을 처음으로 접하는 사람들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것 역시 장점. 때문에 누군가를 이쪽 문학에 빠트릴때 영웅문과 더불어 가장 많이 추천되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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