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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무협&판타지

비적유성탄

by nitro 2012.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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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그 시골소년 같은 녀석은 은자 백 냥이라고 중얼거리더니 길바닥에서 돌 하나를 주워 들었소.
어린애 주먹만한 작은 돌이었지. 그냥 울퉁불퉁한, 길바닥에 흔히 굴러다니는 그런 돌 말이오.
그걸 들어서 상산호 이길을 향해 던지더군.
그냥 가볍게.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남의 눈치도 안 보고.
그런데 상산호 이길이, 나름대로는 강호의 중견 고수에 들어간다고 하는 그가 그 돌멩이에 맞고 죽었소.”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몰라서 비적.
돌멩이 한개로 절정 고수를 죽이기에 유성탄.

병든 아내의 약값을 구하기 위해 청부살인을 해야 했던 비적유성탄은 아내가 죽고 나자 자객업을 접고 홀연히 떠난다. 그 와중에 만난 탐관오리 황포두와의 인연으로 왕필이라는 이름을 짓고 포쾌가 되어 평범한 생활을 누리려 하지만 어쩌다 각종 사건사고에 이리저리 휘말리게 되고 점점 더 큰 일에 빠져든다…는게 주요 줄거리.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하는 무협작가중의 한 사람이 좌백인데, 전반적인 이야기의 수준이나 필력도 뛰어나지만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그 이상으로 훌륭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양판소를 보면 자신이 만들어낸 등장인물에게 개연성을 부여하는데 실패해서 뜬금없는 영약이나 복용시키고 환골탈태시켜서 사건을 해결하게 만드는데, 좌백의 작품에는 그런게 없다.

게다가 비적유성탄에서는 붉은머리 외국인 로저가 등장하면서 왠지 퓨전 무협의 분위기마저도 주는게 마음에 든다. 다른 소설이었다면 차원이동 게이트라도 등장하기 전엔 만들어내기 힘들었을 동양식 무술과 서양식 검법이 아주 자연스럽게 충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엄청난 대작 수준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무협이나 판타지와는 격이 다른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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