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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무협&판타지

세월의 돌

by nitro 2012.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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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판타지 소설계는 그 역사가 상당히 짧다. 반지의 제왕이나 로도스도 전기, 혹은 일본산 RPG 게임과 같은 외국 판타지 번역본이 들어오며 시장이 형성된 것은 맞지만 극소수 독자층만을 확보했고, 본격적인 시작은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 이후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전화 통신망 서비스에는 나우누리, 천리안, 하이텔, 유니텔의 이른바 4대 통신망이 있었는데 외국본 판타지를 보며 성장한 독자들이 본격적으로 집필을 시작하게 된 바탕이 바로 이 통신망에 있으니 그 역사는 길어야 20년 정도. 

그렇게 등장한 1세대 작가들 중의 한명이 바로 '세월의 돌'로 데뷔한 전민희다. 개인적으로 볼 땐 데뷔작만 놓고 보면 드래곤 라자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 퀄리티임에도 불구하고 후속작의 완성도에서 한 수 밀리면서 인지도가 확 떨어진 작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후속작인 룬의 아이들이 못 쓴 소설은 아니지만 이영도의 포스에 비하면 아무래도 좀 처지는 건 사실.

어쨌거나, 이 당시 판타지 소설이라면 왠지 획일적인 '용사 VS 마왕' 구도에서 탈피해서 평범한 주인공이 모험을 떠나고 성장하며 세상을 구하는 내용이 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세월의 돌 역시 마찬가지로 잡화점 점원이었던 주인공 파비안이 괴물들의 습격으로 인해 어머니를 잃고, 헤어졌던 아버지를 만나고, 아룬드나얀이라는 목걸이에서 떨어져 나간 전설의 보석을 찾아내어 완성시라는 임무를 하달받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동료들과 함께 모험을 하는 줄거리.

전부 8권으로 완결인데 초창기 통신망 소설이라서 그런지 호흡 조절에는 약간 실패한듯한 느낌도 든다. 한 6권 정도로 썼으면 퀄리티가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고전 판타지 소설을 읽고 그 세계에 매료된 사람이 나름 탄탄한 필력을 바탕으로 글을 쓰면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

특히 후반부 반전은 워낙에 반전 소설이나 영화가 범람하는 요즘에 읽어도 나름 뒷통수 제대로 맞는듯한 신선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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