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가상현실 게임에서 1위를 달리던 주인공, 한제우.
하지만 게임의 난이도는 극악무도해서 내노라하는 영웅 캐릭터로 플레이해도 엔딩을 본 사람이 없을 정도.
게다가 제작사에서는 한 술 더 떠 영웅으로도 깨지 못하는 이 게임의 특별 이벤트라며 일반인 플레이를 시작한 마당.
세계 랭킹 3위가 소똥 밟고 넘어져 죽는 바람에 놀림받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게임의 해피 엔딩을 보기 위해 온갖 계획을 다 짜놓고 접속하고, 슈판다우 깡촌의 발러(풀 베는 사람)로 새로운 플레이를 시작한다.
농노 비슷한 농부에서 시작해서, 각종 이벤트를 꿰고 있는 덕에 늪지의 마녀를 해치우고, 괴물사냥꾼의 가르침을 받아 용병으로 전쟁에 참여해서 여러 업적을 달성하며 영웅 캐릭터들과 친분을 쌓고 점점 성장해서 여러 사건을 겪으며 "스포일러 금지"의 위치까지 올라가는 게 주된 내용.
이렇게 큰 줄거리만 놓고 보면 여타의 흔한 성장형 군주 소설과 크게 다를 바 없어보이지만, 몇몇 특징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우선 배경이 중세 독일을 바탕으로 하는 본격 중세랜드인데 정작 그 위를 돌아다니는 건 인간뿐만이 아니라 마왕을 비롯한 각종 마물들. 그런데 마물이 몬스터의 특성을 갖는다기보다는 호드와 얼라이언스 수준의 차이를 보인다. 즉, 약간의 종족 특성을 제외하면 인간이나 마물이나 큰 차이 없다는 거. 그래서 마왕과 인간 영주들 사이에서도 끊임없는 이합집산이 벌어지는 상황.
그리고 여기에 더해 주인공이 본신의 무력 하나로 승부하는 게 아니라 "피도 눈물도 없는 자"와 "용사"라는 상반된 직업으로, 한 쪽으로는 각종 음모와 선동 및 마왕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영웅들과 함께 마왕을 족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매력적이다.
게다가 초월적인 존재들의 후원을 받는 것 역시 이 소설이 연재될 당시에는 나름 참신한 설정이었다. 요즘 소설처럼 신격들이 별풍선이나 쏘는 게 아니라, 나름 이래저래 불공정 계약으로 얽매고 그 사이에서 주인공이 뒷통수치고 이간질하며 빠져나오는 것을 보는 재미도 있다.
다만 후반부로 가면서 내용이 산으로 가다못해 우주로 날아가버리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초반의 이야기와는 많이 달라지고, 필력 자체도 미친듯이 흡입력 있다기보다는 내용을 해치지 않는 수준의 가벼운 필력이라 아쉬음이 남는다. 게다가 잘난 주인공이 이 여자, 저 여자 끌어모으며 하렘 만드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에 등장하는 다수의 연애 노선은 꽤나 마이너스 요소일 듯.
총평: ★★★☆☆ 초반에 비하면 결말은 '이건 좀 장르가 달라진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소설의 스케일이 달라졌지만, 그런 것 치고는 시작부터 완결까지 큰 굴곡 없이 마무리된 것이 신기하다. 글이 중간에 무너지지 않도록 팬층을 만들며 하드캐리한 "끓어오르는 심연"에게 박수를. 선과 악 사이를 오가며 잔머리 굴리는 주인공과 나름 리얼한 중세 세계관은 플러스 요인. 평타치 필력과 노골적인 하렘은 사람에 따라서 마이너스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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