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류학자인 저자가 음식 공부를 하는 방법에 대해 서술한 책.
이름과 어원을 분석하고, 제조 과정과 유행 시점을 찾기 위해 문헌을 수집하며, 지역적으로 특색있는 음식인지 아니면 전국적으로 공유되는 음식인지를 파악하는 등 저자가 지금까지 출간한 음식인문학 서적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집필되었는지를 잘 알수있게 해준다.
이렇게 말하면 굉장히 딱딱하고 재미없는 연구방법론 개론서처럼 들리는데, 실제로는 각각의 공부법을 흥미로운 사례들 - 예를 들어 불고기의 기원이나 전어의 제철, 짜장면의 프로파간다 등 -을 통해 알려주기 때문에 굳이 공부가 아니라 교양서로도 가치가 있다.
다만 음식이라는 것은 저자가 말했듯이 식품공학, 영양학, 농축수산학과 같은 이과 계열부터 역사, 경제, 사회문화와 같은 인문학적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반론이 튀어나올 수 있고, 또 보는 시각에 따라서 정답이 바뀔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이 책이 길잡이는 될 수 있을지언정, 이 책에 실린 내용이 모두 옳지 않다는 말이다.
당장 책 시작하자마자 등장하는 “우육면은 란저우 사람들의 소울 푸드입니다”라는 문장만 봐도 그렇다. 소울 푸드는 1950~60년대 미국에서 흑인 문화에 ‘소울Soul’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유행하며 생겨난 말이다. 프라이드 치킨이나 콘브레드와 같은 흑인들의 음식을 일컬어 소울 푸드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영혼이 담긴 음식, 삶의 애환이 담긴 음식으로 변형, 확장되어 쓰고 있다. 물론 언어의 차용 및 변형 역시 문화가 발전하는 모습의 일부분이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음식의 어원과 역사에 대해 공부하는 책에서라면 하다못해 각주라도 달아놓아야 했던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이와 비슷하게 ‘이건 좀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겠는데?’ 싶은 내용도 책 곳곳에서 눈에 띄고, 특히 예술사적, 미학적, 이데올로기적 관점에서의 음식 문화에 대한 언급이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한 것은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학술적 시각에서 내용을 비판적으로 뜯어볼 필요가 없다면, 공부하는 방법론적으로나 교양을 쌓기 위한 인문서적으로서나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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