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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Nonfiction_비소설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by nitro 2023.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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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 이옥순 지음. 책세상 (1997)

인도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인도 역사를 전공한 저자가 쓴, 인도 안내서.

멀게는 영국인들이 ‘미개한 인간들’이라고 멸시하며 세상에 널리 흩뿌린 편견에서부터 가깝게는 단기 배낭여행족들이 수박 겉핥기 식으로 흝어본 후 아는척하며 퍼뜨린 잘못된 지식까지, 우리에게 인도는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이며 베일에 싸인 이미지로만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도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그 역사와 문화를 깊이있게 공부한 저자는, 그 표면적인 현상의 허구와 진실을 공정하게 보여주면서 그 이면에 감춰진 근본적인 이유까지 언급한다.

식당에서 주는 숟가락이나 포크가 과연 내 입에 넣을만큼 깨끗한가? 대도시에 사는 서구화된 계층과 일부 젊은이들을 제외하면 아직도 많은 인도인이 자기 몸의 일부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숟가락은 못 믿지만 적어도 먹기 전에 씻은 내 오른손은 확실히 믿을 수 있다! 
음식에 관해서도 인도인의 위생 규칙은 까다롭다. 그들은 음식을 조리하며 절대 맛을 보지 않는다. 입 안의 침을 부정하게 생각하고 일단 맛을 본 음식은 더럽혀졌다고 여긴다. 된장국을 끓이는 동안 서너 번씩 숟가락이 들락날락하는 우리의 철저한 맛내기 정신은 인도인들에게 경악의 대상이다. 침을 경계하는 인도인은 물을 마실 때도 물 잔에 입술을 대지 않는다. 잔에 입을 대지 않고 공중에서 물을 부어 입에 작은 폭포를 일으키는 곡예를 한번 해보시라. 일상적으로 ‘잔 곡예’를 펼치는 그들 속에서 이방인인 내가 겪은 비애와 소외감을 조금이나마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인도에 오래 있었으니 카레는 실컷 먹었겠군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냥 “네”하고 입을 다물지만 가슴에는 작은 파도가 일렁인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고 몽골에 칭기즈칸 요리가 없읏이 인도에도 우리가 말하는 카레는 없기 때문이다.
카레라는 이름은 양념이 많은 풍성한 인도 음식을 지칭하는 영어권의 명칭이다. 어원은 소스라는 뜻을 지닌 타밀어 ‘카리’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설이다.
카레의 맛은 25가지의 양념을 섞어서 낸다. 가장 널리 알려진 양념은 크로커스 꽃에서 나오는 사프란으로 노란색을 낸다. 카레의 매운 맛은 정향, 생강, 후추 등 여러 양념에서 나오는데, 이러한 양념들은 몸을 차갑게 만든다고. 인도의 더운 날씨를 생각하면 옛사람의 지혜가 놀랍다.
카레는 그 내용물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야채가 주재료이면 야채카레이고, 생선이 들어가면 생선카레가 된다. 힌두와 달리 파르시, 무슬림, 기독교인 등 닭고기, 양고기, 쇠고기를 먹는 사람들은 고기를 넣어 카레를 만든다. 그러다보니 카레의 종류가 무려 2,000여 가지.

워낙 먹는 이야기만 좋아하는지라 이런 부분만 기억에 남지만, 그 외에도 카스트 제도나 여성인권 등 사회정치적 부분에서부터 소소한 인도에서의 일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인도 여행을 앞둔 사람이라면 (혹은 이미 다녀온 인도 여행을 추억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할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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