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희 작가가 '세월의 돌'로 데뷔했다면, 룬의 아이들은 그 입지를 단단하게 굳혀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귀족가문인 아르님 집안에 간혹 태어나는 천재적인 두뇌와 재능을 가진 아이들. 하지만 너무나도 뛰어난 까닭에 주변으로부터 시기받고, 게다가 하나같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기에 붙여진 이름, 데모닉. 주인공인 조슈아 폰 아르님 역시 데모닉이다. 겨우 아홉살임에도 불구하고 교수들마저 두려워 할 정도로 놀라운 지식을 가진 그는 아버지에게 복잡한 현재의 정치 상황 속에서 아르님 공작가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혹시라도 아들이 정치적 희생양 내지는 인질이 될까봐 두려워 한 공작은 조슈아를 시골 친적집으로 보내고, 여기서 처음으로 친구를 사귀게 된다. 그리고 조슈아를 암살하기 위해 다가오는 암살자, 소공작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배우로서의 다른 삶을 사는 주인공, 주인공의 자리를 빼앗기 위해 만들어진 도플갱어, 과거의 맹약에 얽매인 유령들, 고대 마법병기의 위협 등등이 계속 이어진다.
전체적인 줄거리를 요약해보면 인간관계에 서툰 천재가 자신의 위치를 깨닫고 성장해나가는 성장소설. 하지만 전작인 룬의 아이들-윈터러에서도 그랬듯 주인공와 대비되는 또 하나의 분신(혹은 쌍둥이)를 통해 좀 더 복잡하고 심층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간혹 가다가 살짝 뜬금없어 보이는 부분이 나오기는 하는데, 보통은 뛰어난 사람을 보면 경외하기 마련인데 오히려 미움의 대상이 되는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고, 고독하고 쿨한 이미지의 주인공이 마지막 부분에선 전형적인 학원물 주인공 느낌으로 변화하는게 아무리 성장소설이지만 너무 비약이 심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굉장히 흡인력있게 잘 쓴 소설. 윈터러보단 살짝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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