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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Fiction_소설

복고풍 요리사의 서정

by nitro 2021.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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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풍 요리사의 서정 / 박상 지음. 작가정신 (2021)

요리사와 도서관 사서라는, 참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 직업을 양립시키고 있는 입장에서 

요리사와 시인이라는, 역시 만만치 않게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 직업을 엮어낸 소설을 읽으니 여러 부분에서 공감이 된다.

주인공이 이탈리아 옆의 조그만 섬나라, 삼탈리아에서 요리의 단서를 찾아 시를 풀며 겪는 여러 모험과 과거 회상이 이야기의 큰 틀이다.

소설 자체는 목욕탕 온탕만큼 뜨뜻미지근하다. 

열탕만큼 뜨거운 감동이 넘쳐 흐르거나 냉탕만큼 정신 번쩍 들게 만드는 날카로운 지식의 향연은 없다. 

하지만 그 뜨뜻미지근한 말장난이 편안하기에 오랫동안 눌러앉아 즐기기엔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중간중간 등장하는 요리에 대한 통찰은 알바 경력을 살려서 썼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관록있는 요리사의 경험담 냄새가 난다. 

“요리사는 진지하고 예민해야 해요. 기본값이고 필수 항목이에요. 노동 강도가 너무 센데, 그 와중에도 정확해야 하니까요. 근육과 신경계, 그리고 영혼도 함께 쓰는 총체적 집중이니까 당연하죠. 단, 그렇게 길고 고단한 작업으로 번아웃되지 않을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그게 유머예요.”

“육수에 달랑 한 스푼 토핑하는 파기름조차 허투루 만들면 공들인 챠슈와 아지타마고, 생면까지 그 허튼 맛을 따라가버렸다. 맛없는 것은 맛있는 것들 사이에 묻히는 물질이 아니라 전부 맛없게 만들어버리는 맹독 같은 거였다. 나는 요리를 할 때마다 오금이 저렸다.”

“음식을 만드는 깊이는 TV 쇼로는 결코 보여줄 수 없는 것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갈고닦은 실력은 무대 위가 아니라 주방 한구석에서 묵묵히 발휘되는 게 옳았다. 게다가 내가 요리에 집중하는 장면들은 정지 화면 같아서 그림이 안채워진다며 거의 편집되었다. 피디는 칼질을 하더라도 동작을 크게, 소리가 나게 해달라고 자꾸 요구했는데 그건 내가 배운 요리 철학과는 너무 반대되는 것이라 받아줄 수가 없었다.”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 소설이기는 한데, 개인적으로는 시에 대한 무지를 깨우쳐가는 동시에 요리에 대한 이야기에 공감하는 흔치 않은 경험이라 읽은 보람이 있었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머리 속에 남는 것은 안도현 시인의 ‘스며드는 것’이나 최영철 시인의 ‘야성은 빛나다’ 같은 시들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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