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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Fiction_소설

파친코

by nitro 2021.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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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 이민진 지음, 이미정 옮김. 문학사상사 (2018)

사람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있다. 
시대를 투영하는 사람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더욱 재미있다.
3대에 걸친 가족사소설의 정형과도 같지만 소설책 두 권 분량이라 그렇게 길지도 않은데다가 흡입력이 있어서 순식간에 다 읽게 된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으로 건너온 가족이 재일한국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아들, 손자대까지 따라가며 꽤나 담담하게 그려낸다.
이는 작가가 한국계 미국인으로, 얽히고 설킨 한일관계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하지만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살펴본 덕이 클 듯 하다. 
당사자 입장에서 감정을 쏟아내며 쓴 것도 아니고, 타인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바라본 시선도 아닌 독특한 거리감이 의외로 마음에 든다.
인물에 집중하다보니 당시의 정세나 파칭코 사업에 대한 세세한 묘사가 부족한 점이 약간 아쉽지만 “시대와 인물을 어우르는” 글이라기보다는 “시대에 휩쓸리는 인물상을 묘사하는” 글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렇게 큰 약점도 아니다.
엄청난 대작까지는 아니지만 꽤나 재미있게 볼 수 있으면서 여운도 남는, 좋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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