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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Fiction_소설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더블린 사람들

by nitro 2022.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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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사람들 / 제임스 조이스 지음, 이종일 옮김. 민음사 (2012)

원래 계획대로라면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은 순서대로 읽어나가려고 했는데, 그러다보니 진도가 안나간다. 

중간에 토마스 만이나 사르트르가 끼어들면 그 산 넘기가 참 힘들다고나 할까.

그래서 껀수(?)만 생기면 좀 만만해 보이는 책으로 뛰어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에 읽게 된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역시 그 중 하나.

어쩌다가 “제임스 조이스, 어느 더블린 사람에 대한 일대기”를 만화로 읽게 되면서 이 인간말종 천재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서 “더블린 사람들”을 낼름 집어들었다.

여러 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대부분이 더블린에 사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표현한 내용이다.

아일랜드 사람들의 도덕적 타락, 무능, 무기력감 등을 나타내고자 했다는 점에서는 루쉰의 아Q정전이나 채만식의 태평천하와도 통하는 구석이 있을 법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뭐, 이 정도면 그냥 그럭저럭 순박한 시골 사람들의 삶 아닌가’ 싶었는데, 여기에는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현실이 1900년대 초반의 더블린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시궁창이기 때문인 듯 하다.

‘하숙집’의 도런이 하숙집 여주인의 딸에게 홀려 관계를 맺고 결혼이라는 올가미에 걸려버린 것은 꽃뱀이니 설거지론이니 하는 흉흉한 소문과 사건이 난무하는 요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애러비’의 주인공 아이가 연정을 품은 누나에게 선물을 사주려다 돈이 모자라 좌절을 겪는다고?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계산대에 올려놓고 돈이 모자라 쩔쩔매는 남매에 비하면 아름다운 추억에 불과하다.

저자가 작품 속에서 ‘이 더블린 종자들의 추악한 모습! 이 무능력함! 무기력함! 시체와 다를 바가 무언가!”라고 외쳐도 “그래도 다들 결혼하고 애는 낳는구먼. 우리는 연애도, 결혼도, 아이도 포기한 청년들이 넘쳐나는데”라는 대꾸만 생각나니 이 소설 역시 그냥 과거 어느 날의 더블린 생활상을 담백하게 읽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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