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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Nonfiction_비소설

맛, 그 지적 유혹

by nitro 2022.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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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그 지적 유혹 / 정소영 지음. 니케북스 (2018)

모든 글에는 그 나름의 전문성이 있다.

심지어는 “문학과 관련된 음식 이야기”라는, 굉장히 좁은 주제로 한정지어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은 명작 소설에 등장하는 음식의 레시피에 주목하고, 어떤 사람은 작가의 인생에 대해 풀어내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음식과 관련된 당대의 사회상과 철학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 책은 박사학위 두 개 정도 가진 사람이 문학과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잡다하게 풀어내면 어떤 모습인지에 대한 답변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비슷한 소재를 다룬 책들은 많다. 특히 요즘처럼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대에는 음식 에세이도 별도의 항목으로 다루어질 정도로 인기가 많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책 중에서도 읽었을 때 지적인 깊이가 느껴지는 글은 많지 않다.

일단 저자의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태생적인 가벼움이 한 원인이요,

호흡이 긴 글은 읽다 지쳐 떨어져나가는 대다수 독자들을 감안하여 의도적으로 힘 빼고 쓰는 것이 또 다른 원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 속 음식 하나를 설명하더라도 이를 수많은 다른 문학 (혹은 다른 장르의 예술)과 연계시키고 그 흐름을 짚어 독자들로 하여금 미처 생각치도 못했던 부분을 생각하게 만드는 이 책이 더욱 가치있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고독한 미식가’를 시작으로 먹는 행위의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며 조지 오웰의 ‘1984’에 등장하는 삶은 양배추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의 특권계급이 먹는 카로틴 샌드위치를 거쳐 마거렛 앳우드의 ‘시녀 이야기’에서 버터를 몸에 바르며 저항하는 이야기까지 듣고 나면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에서 죽 한그릇 더 달라고 요구한 일이 왜 교수형 당할만큼 커다란 죄였는지 이해할 수 있다.

TV에서 영화에 대한 소개와 리뷰를 하는 프로그램을 볼 때면, 똑같은 영화라도 코미디언이 사회를 보며 소개할 때와 영화학과 교수 평론가가 소개할 때의 느낌이 다르다. 전자는 사람들이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부분을 부각시키는 반면 후자는 영화 속에 숨겨진 감독의 숨은 의도와 메시지를 설명하며 사회문화와 철학적 관점을 소개한다. 

이 책 역시 그 양쪽의 경계선쯤에 위치한 책인지라 모든 사람이 재미있게 볼 수 있으리라는 장담은 할 수 없다. 글이 깊이가 있다는 말은 가벼운 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금방 질린다는 소리와 일맥상통하니까. 하지만 나처럼 책을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고, 책 속에 등장하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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