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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폐한 집 / 찰스 디킨스 지음, 정태륭 옮김. 동서문화사(2014)
찰스 디킨스 특유의 어둡고 암울한 세계관 속에서 복잡하게 얽히는 인간들의 이야기.
거액의 유산을 둘러싼 친척과 사기꾼들의 법정 싸움이 오래도록 이어져 내려오며 이를 중심으로 휘말리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정신없이 전개된다.
이모의 손에서 크다가 고아가 되어버린 에스더, 그녀의 후견인이 되어준 존 잔다이스, 잔다이스의 친척인 에이다와 리처드, 그리고 이들과는 별로 상관 없을 것 같아 보이는 레스터 경과 데드록 부인과 털깅혼 변호사의 또 다른 이야기가 이어진다.
술술 읽히는 문장도 아니고 뒷이야기가 미칠듯이 궁금한 전개도 아니기에 그저 암울한 시절의 영국 관광한다 생각하고 한 걸음씩 읽어나가면 어느 새 끝이 보이는 소설.
와인 수업 강연 준비하느라 참고 자료로 붙들고 읽지 않았다면 내가 이 책을 읽을 일이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 역시 피도 눈물도 없는 권력지향형 인간인 털깅혼 변호사의 포트 와인 사랑인듯.
이 어두침침한 먼지 창고 속에서 지금 털킹혼 씨는 활짝 열린 창가에 앉아 오래된 포트 와인을 즐기고 있다. 그는 입이 무겁고 무뚝뚝하고 말없고 완고하면서도 일류 명사와 함께 오래된 포도주를 즐길 줄도 아는 남자다. (중략) 50년의 세월을 거쳐 온 빛나는 과실주를 잔에 따르면, 술은 자기가 그렇게 유명해졌다는 사실을 알고 얼굴을 붉히고서 방 안 가득 남국의 포도 향기를 풍긴다.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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