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중 정기적으로 단식하는날이 딱 이틀 있으니...
하루는 건강검진 받기 전날이요, 다른 하루는 카페쇼 가기 전날이다.
카페쇼의 무료 시식 빵, 과자, 커피, 음료 등을 먹어주려면 미리미리 속을 비워놔야 한다는 말씀.
초반에는 도넛같은거 하나 통채로 주고, 커피도 큰잔으로 주고 이랬는데 요즘들어 사람이 많아져서인지
마트 시식코너마냥 조그맣게 잘라놓은 과자와 소형 종이컵의 커피가 조금 아쉽다.
입구 들어가자마자 보이는건 코피 루왁. '버킷리스트'이후로 유명해진 사향고양이똥커피.
개인적으로는 고양이똥이건 뭐건 맛있기만 하다면 비싼돈 주고 사먹는게 그닥 이상할거 없다고 생각한다.
푸아그라는 거위의 지방간이고, 박쥐똥을 체에 걸러 모기 눈알만 걸러내서 만든 스프가 중국 최고진미로 비싼값에 팔리는 마당에 사향고양이 똥 쯤이야.
하지만 그 맛을 100% 살려낼 수 있는지, 그 맛을 100% 느낄 수 있는지가 문제다.
200g에 45만원씩 하는 커피를 사서 제맛을 내려면 역시 먹기 하루나 이틀전에 볶아먹어야 하는데, 그렇게 로스팅을 잘 할수가 있는지도 의문이고, 로스팅을 잘 한다쳐도 커피를 제대로 내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완벽하게 뽑아냈다 하더라도 그 차이를 느낄정도의 미각을 보유하고있는지도 의문이고,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엄청난 가격차이를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차이일지도 의문이라는 거다.
그러다보니 역시 주변에서 이렇게 저렴하게 놓아주는 원두와 생두에 눈길이 가기 마련.
코피루왁 한번 마실 돈이면 좀 잘 알려진 브랜드들(예멘모카,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과테말라 안티구아, 만델링, 케냐AA 등)을 다 먹어볼 수 있다. 그 중에서 내 마음에 드는 커피를 찾아서 마셔주는게 합리적일듯.
특히 카페쇼에서는 다양한 품종의 원두가 나오는지라 어느정도 커피 좀 마셔준 다음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커피를 찾는 사람에게는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생두와 원두를 종류별로 늘어놓고 산지와 특성 등을 잘 설명해놓았으니 이걸 보며 시음하면서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드는 원두를 찾는게 최선의 선택이라는 말씀.
대부분 수입유통업체들이 판촉활동을 하지만, 이렇게 국가 대사관에서 주관하여 홍보를 하기도 한다. 특히 커피 외에는 그닥 팔아먹을게 없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이 홍보에 열을 올린다. 업체 홍보에 비하면 시음 기회가 적은게 흠이지만, 그 대신 그 나라의 전통문화나 커피와 관련된 특징 등을 살펴보기엔 좋다.
이번 카페쇼에서는 아프리카쪽은 아예 별도의 전시회 부스가 설치되었다. 커피와 관련된 사진전을 비롯해서 외국의 특색있는 문화를 맛볼 수 있는 자리. 특히 커피에 별 관심이 없는데 옆사람에게 억지로 끌려왔다면 이런 곳이 오히려 더 재미있을지도.
단순히 커피만 늘어놓고 팔기보다 국가 인지도나 브랜드를 알린다는 차원에서 확실히 일반 부스와는 다른 느낌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듣보잡이라는 느낌이 들면서 사기가 꺼려지기도 한다. 홍차로 돈버는 건 인도가 아니라 영국의 홍차회사들이듯이, 커피로 돈버는건 역시 중남미와 아프리카 커피농장이 아니라 스타벅스나 일리같은 부가가치 창출업체들이다. 공정무역 커피가 새롭게 등장하고는 있지만 이건 그야말로 최소한의 보장을 해주는 것일 뿐. 솔직히 공정무역 커피 몇번 마셔봤지만 탑클래스라고 보긴 힘들다. 결국은 소비자에게 유통되는 전 과정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리거나, 블루마운틴이나 하와이안 코나처럼 생두만으로도 인정받아야 한다는 건데... 하루벌어 하루먹고사는 중남미, 아프리카 국가들에게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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