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형 판타지 소설이라는게 원래 독자의 소망을 대리만족 시켜주면서 인기를 끄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게임 소설은 어떤 소망을 만족시켜주는가?
게임을 하면서 가상현실 시스템을 이용해 외모에 대한 소망을 충족시키고, 게임 내에서 길드를 만들고 영지를 얻으면서 영지 발전물의 장점도 가져올 뿐 아니라, 게임머니를 팔아 부자가 되고, 그러면서도 독자가 온라인 RPG게임을 하면서 한번쯤 느껴봤을만한 '지존 캐릭터'의 욕망을 대리만족 시켜준다.
하지만 상당수의 게임 소설은 그 퀄리티가 그닥 높지는 않은데, 게임상의 세계관을 잘 구현하기도 쉽지 않은데다가 이걸 현실과 적절하게 연계시키는 것도 어렵고 (현실과 연결시키지 않으면 그냥 게임 세계관을 갖고 판타지 소설을 쓰는 게 쉬운 법이다), 결국 노가다 하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히든 퀘스트로 팔자 고치는 결말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전쟁상인 다크'는 한쪽에 너무 치우치지 않고 전반적으로 잘 풀어나간 소설. 상인 캐릭터로 시작해서 갖은 꼼수를 써가며 돈을 벌어들이는데, 단순히 숨겨진 퀘스트에만 의존하지 않고 플레이어의 잔머리를 적절히 부각시키며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평범한 학생이 장학금 끊기는 바람에 '판테르디움'이라는 최신형 가상현실 게임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고, 발빠른 투자와 게임상의 헛점을 이용한 잔머리로 돈을 불린다. 나중에는 영지도 얻으며 영지 발전물 느낌도 살짝 나고, 국가별 대항전이 벌어지기도 하고, 야쿠자나 마피아와 같은 범죄 조직과도 얽히며 스케일이 커진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아직 필력이 좀 부족하고 이야기 짜임새가 부실한 부분이 간간히 눈에 띄기 때문에 엄청난 대작은 아니지만, 게임 판타지라는 장르 내에서 본다면 수위에 꼽을만큼 장르 특성을 잘 살린 소설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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