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도 무협이나 판타지 소설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게다가 예전과는 다르게 소설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생기면서 '작가'가 되기 위한 진입장벽마저 낮아진 상황. 쉽게 말해 인터넷에 글 올렸는데 그게 조회수 높으면 출판사에서 자동적으로 연락이 오는 거다.
글 한편 쓰는데도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본 후에 그야말로 '산고의 고통'을 겪으며 책 한권 출판하던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지라, 대충 그럴듯하면 소설로 출간되고, 그러다보니 독자의 입맛이랄까 원하는 수준이 하향평준화되고, 이건 또 수준 미달의 소설이 출판되도록 용인하는 계기가 된다. (물론 찍어놓으면 일단 무조건 사가는 대여점 유통구조도 여기 한몫을 하겠지만)
그래서인지 예전에는 중간에 못읽겠다고 때려치워도 대충 3~4권까지는 읽다가 지루해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1권 겨우 다 읽고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늘고 있다. 내용을 떠나 기본적인 필력이 읽는 사람 지치게 만드는, 그런 느낌.
산속에서 살며 사냥꾼을 자처하는 주인공 진삼. 영물 백호가 악한 기운에 침범당해 무림 고수들이 위기에 처하자 떡 하니 등장해서 다독거리며 치유해주고 돌려보낸다. 그러다 연애 한번 못해본 절세미녀 여주인공이 갑자기 주인공 집에 쳐들어와서 동거하고, 그러다 폐가 될까봐 정들만하니 떠나고, 뭔가 큰 혼란이 일어날 것 같은 부분에서 더 이상 읽어봤자 영양가 없을게 눈에 훤히 보이는지라 포기.
1권 끝날때까지 독자의 시선을 끌지 못하면 그건 이미 실패한 소설이다. 다른 소설 장르라면 몰라도 읽는 호흡이 짧고 빠른 무협, 판타지라면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읽는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중언부언, 짜임새 부족, 지나친 설명 등은 치명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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