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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 '천도서'를 놓고 벌어지는 무림의 암투...라고 말하면 왠지 흔하디 흔한 비급 쟁탈전이 떠오르지만, 양각양은 그렇게 흔한 소설은 아니다.
우선 제목부터가 양각양. 다리 두개 달린 양이라는 뜻으로 사람고기를 달리 부르는 말이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천도서 역시 무공 비급이 아니라 인육을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지를 적은 요리책. 부귀와 권력이 어느정도 있다 싶은 놈들은 이 사람고기를 즐겨먹는지라 인신매매 및 가공(-_-;)을 주업으로 삼는 뒷골목 조폭집단이 엄청나게 성장하고, 이 시장에 어떻게든 밥숟갈 얹어보려는 신흥 세력들이 너나할것 없이 천도서를 손에 넣으려고 날뛴다.
이것까지만 해도 충분히 암울한 마당에 주인공 역시 여기저기 눈치 보면서 비굴하게 살아남는 스타일이다. 정의와 의협심은 사라진지 오래이고 그 빈자리는 거짓과 음모가 대신하고 있다. 등장인물을 아무리 흝어봐도 이건 뭐 다들 인간쓰레기라고 보는 게 좋을 인물들 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더욱 현실감이 넘치는 이야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한상운의 데뷔작인 만큼, 약간 미성숙한 느낌도 들지만 그 특유의 소재 선정과 입심은 초기작에서도 빛을 발한다. 소재의 독특함에 비해 의외로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많이 나오진 않고 (차라리 주인공이 같은 남자에게 거의 반강제로 강간당하는 장면이 더 충격적일지도)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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