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의 첫 생일을 맞아서 돌잔치를 할까말까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우리 부부.
한국이었다면 또 모르겠는데 머나먼 미국에서 돌잡이 용품은 어떻게 구하고 한복은 또 어떻게 맞추나 싶어서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뒤져보니 사람 사는 동네는 다 거기가 거기라는 걸 실감하게 됨 -_-;
아기 한복이나 돌잡이상 대여부터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행사를 전담해주는 업체까지 다 있다.
초대할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고 해서, 아기 한복 대여하고 돌잡이 용품 대여업체에서 물품만 빌려서 직접 차리기로 결정.
원래는 이렇게 기록한 걸 따로 카데고리 만들어서 딸내미 사진이나 에피소드를 올릴까 하다가, 아무리 일기장처럼 사용하는 내 블로그라지만 엄연히 공개된 공간이고, 어떤 사람은 서너살 난 애들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애들이 싫다고 쥐어팼다는 (-_-;) 말도 들은지라 그냥 인테리어에 초점을 맞춰서 정리해버렸다.
거실에 놓인 TV 장식장을 한군데로 모아서 포토 테이블을 만들고, 식탁을 가로로 놓은 다음 그 앞에 침실에 있던 두칸짜리 사이드 테이블을 두개 합쳐서 2단 돌상을 만들기로 계획을 짰다. 이케아 Expedit 책장 빠돌이 생활의 보람을 느낀 순간.
이번에 돌잔치 준비하면서 느낀건데, 테이블보나 러그나 커텐같은 천 종류만 잘 써도 인테리어는 성공할 수 있는 듯.
TV 장식장에 천 두장 깔았는데도 느낌이 완전 달라진다. 우선 짙은 보라색 천으로 한번 두른 후, 노란색/색동 양면 테이블보를 깔고 가장자리를 접어준다. 원래 포토 테이블 소품은 추가요금을 내야 하는데 인심 좋은 사장님이 마침 스케쥴 비어있는 포토 테이블 소품도 보내주셔서 신나게 사진을 깔아줬다. 액자와 조그만 문갑, 돌띠, 복주머니, 나무판과 꽃모양 초를 올려주면 완성.
돌상도 포토 테이블과 마찬가지로 천을 깔고, 팔각상과 소반을 놓는다. 팔각상에는 붉은 보자기를 깔고 검은색 혼서지를 놓은 후 백설기, 미나리, 대추, 쌀을 올린다. 소반에는 푸른 보자기에 붉은색 혼서지를 놓고 돌잡이 용품 (실, 종이, 책, 문방구, 마패, 엽전, 활과 화살, 핀 쿠션 등)을 놓는다.
뒤쪽에는 조화와 촛대, 아랫단에는 과일과 떡을 올려서 마무리. 돌상에는 생화를 쓰지 않는다는 걸 이번에 준비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떡은 많이 하자면 수수팥경단 뿐만이 아니라 송편까지 하는 것 같은데, 우리는 간단하게 백설기와 경단만 구해서 올렸다.
남는 천은 이렇게 입구 옆의 신발장에 깔고 액세서리를 올려서 장식장으로 활용. 미국에서 지내는 돌잔치다보니 외국 사람들이 초청받는 경우도 많은지라 이렇게 돌잡이 용품의 이름과 그 의미를 설명하는 장식품도 유용하게 쓰이는 듯.
대망의 돌잡이상. 문방구는 학문의 성취, 마패는 관운, 실타래(혹은 국수)는 수명, 활과 화살은 무운, 엽전은 재물운, 바늘방석은 예술적 재능을 나타낸다.
한참동안 사람 구경하면서 망설이다가 결국 핀 쿠션을 집어들었다. 헐.. 태교한다고 러시아 발레단이 공연하는 백조의 호수 보고 왔는데, 그 영향받아서 발레리나 한다고 하는 거 아닌가...
그나저나 구글글래스 사용하니까 좋은게, 보통 아빠들 역할이 뒤에서 비디오나 사진찍는거라던데, 이걸 쓰니까 행사에 함께 참여하는 느낌.
마지막으로 돌상 한번 더 찰칵. 업체가 출장와서 세팅해주는게 가격이 대략 세배쯤 비싸길래 그냥 천과 소품만 빌려다가 직접 차렸는데, 해보니까 왜 그렇게 비싼지 이해가 간다 -_-; 보기엔 별 거 없어보이는데 돌잔치 차리고 나서 아내와 나는 꼼짝없이 드러누웠다. 딸내미만 신나서 죽은듯 엎어진 우리 부부 등을 타고 놀고 여기저기 기어다니며 에너지 발산.
그나저나 테이블보 몇장으로 이렇게 분위기가 확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좋은 경험이었다. 다음엔 계절에 맞춰 천을 끊어서 홈데코에 도전해 봐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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