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ad/Nonfiction_비소설

여행 가는 날

by nitro 2022. 9. 15.
728x90

여행 가는 날 / 서영 지음. 스콜라 (2018)

밤 늦은 시각, 할아버지의 집 문을 두들긴 낯선 손님.

하지만 할아버지는 이 손님을 오랫동안 기다린 듯, 반갑게 맞이하며 길 떠날 채비를 한다.

장롱 밑의 비상금 동전들을 효자손으로 꺼내 모으고, 깨끗하게 목욕도 하며 먼 길을 떠난다.

아동 독자를 대상으로 한 그림책이기에 아이들이 낯설 수도 있는 '죽음'이라는 개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책.

하지만 어른이 읽어도, 처음 몇 페이지만 읽어도 '여행'의 실체를 알게 됨에도 불구하고, 가슴 따뜻해지는 감동을 선사한다.

할아버지는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신없는 통에 달걀이 다 익지도 않았을 텐데 봉지에 가득 담았어요.
- 여행 가는 날, p10

여행 중에 길안내 손님과 나눠먹을 달걀 일곱 개를 삶는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다.

요즘 아이들은 모를 법한, '사이다와 삶은 달걀' 조합은 기차 여행이나 운동회를 떠올리게 만드는 간식이기 때문이다.

저승 가는 길을 마치 소풍 가는 것마냥 들뜨며 준비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슬픔이나 두려움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먼저 떠나보낸 그리운 이들을 다시 만나러 가는 기쁨의 여정이다.

흐드러지는 분홍빛 꽃잎을 배경으로 어디 카카오톡 아이콘으로 나올법한 귀여운 모습의 할아버지와 길안내 손님의 그림 역시 매력 포인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코코'를 처음 봤을 때 '죽음을 이렇게 밝게 받아들일 수도 있구나'라며 감동했는데, 이 책 역시 그와 비슷한 놀라움을 선사한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