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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Fiction_소설

특별요리

by nitro 2024.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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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요리 / 스탠리 엘린 지음, 김민수 옮김. 문학동네(2015).

추리소설 작가 스탠리 엘린의 단편 소설집.

본격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약간의 스릴러와 아이러니 그리고 인간의 음습한 본성이 뒤섞인 소설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단편은 표제작인 특별요리The specialty of the house.

이런 류의 소설이나 영화가 워낙 많이 나온 까닭에 중반 정도만 가도 결말을 쉽게 예측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미식에 대한 표현과 집착이 너무나도 마음에 든다.

"자네는 미식가와 호식가를 혼동하고 있군. 후자의 경우 과포화 상태에 이른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 점점 더 많은 것을 경험해야 하지. 반면 미식가는 소박함이 천성이야. 고대 그리스인들은 거친 키톤을 걸치고 잘 익은 올리브 열매를 즐겼고, 일본인들은 텅 빈 방에서 꽃가지 하나의 유려한 선을 감상한다네."

  코스테인은 할말을 잃고 한쪽 눈썹을 치켰다가 요리를 먹기 시작했다. 녹황색 채소 따위는 없는, 진한 갈색 소스의 바다에 잠긴 구운 고기에서 옅은 김이 피어나 섬세하면서도 입맛을 확 돋우는 향으로 코를 간질였다. 그는 마치 모차르트 교향곡의 복잡함을 분석하는 것처럼 군침이 도는 입으로 천천히, 신중하게 고기를 씹었다. 혀에 느껴지는 맛은 실로 훌륭하고도 속을 헤아릴 수 없이 깊었다. 고기의 바삭하게 구워진 겉 부분에서 느껴지는 톡 쏘는 듯한 자극적인 맛도 맛이지만, 반 정도는 날로 남은 속 부분을 씹을 때 풍부하게 솟아나는 육즙의 맛, 기묘하게 밍밍하면서도 영혼을 울리는듯한 핏물의 맛이라니!
  고기를 삼키자 끊임없이 고기를 입에 넣고 싶은 갈급한 허기가 미친듯이 밀려왔다. 한 입 한 입을 충분히 음미할 때 깊이 느껴지는 관능적이기까지 한 만족감을 맛보기 위해 그는 고기와 소스를 허겁지겁 입속에 밀어넣고 싶은 충둥과 안간힘을 쓰며 싸워야 했다. 접시를 깨끗이 비운 후에야 그는 자신과 래플러 두 사람이 모두 한마디 대화 없이 식사의 모든 코스를 마쳤음을 깨달았다. 그 사실을 언급하자 래플러가 말했다.
"이런 음식을 앞에 두고 말을 할 필요성을 느끼나?"

다른 단편들도 나쁘지 않다. 특히 배반자들The Betrayers은 예전에 한 번 읽은 적이 있는데 이게 스탠리 엘린의 소설이었다는 걸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추리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뭔가 어디서 한 번 정도는 본 듯한, 약간은 김이 빠진 듯한 전개라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 밑바닥에 깔린 이익과 도덕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간의 모습이나 결과가 마치 악마와의 거래나 '원숭이 손'에 소원 빈 꼴이 나는데서 오는 재미가 그런 단점을 상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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