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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작을 보는 기쁨 중의 하나는 '과거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던 주제가, 오늘날의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보며 인간 본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킹콩이나 타이타닉, 찰리와 초컬릿 공장처럼 잘 만든 영화들을 볼때면 항상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불행히도 하녀를 보면서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1960년도에 나왔던 국산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어야 말이지...-_-;
하지만 영화 자체는 상당히 잘 만들었다. 한시간 반정도 이어지는 내내 지루할 겨를 없이 계속 몰입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뼈아플 정도로 느끼게 되는 천민 자본주의의 모습. "돈이면 다 돼거든?"이라는 노골적인 분위기와, 여기에 반항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아더메치(아니꼽고 더럽고 메스껍고 치사하다)를 외치며 굴복해야 하는 현실.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기본적 세태에는 변함이 없는 듯 하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이라면 하녀 '은이(전도연)'가 절망에 빠지는 당위성을 제공하려면 주인인 '훈(이정재)'이나 자신의 태아에 대한 집착을 갖게 만들만한 뭔가가 있어야 할텐데 그게 좀 부족했다고나 할까. 특히 베드신이 도덕적으로 용납 안되는 것을 돈과 권력으로 밀어붙이는 끈적끈적한 분위기를 나타내기엔 좀 약했던 듯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간히 웃기면서도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주제의식을 확연히 보여주는 좋은 영화다. 비록 흥행에 성공하는 블록버스터가 될지는 불확실하지만, 내가 하녀 원작+리메이크 특가 판매를 기다리게 만든걸 보면 영화관에서 한번 관람해도 좋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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