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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영 작가를 이야기할때 꼭 나오는 말이 '머신 황'이다. 어찌나 집필 속도가 빠른지 기계같다고 해서 붙은 별명.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작가이기도 한데, 그 빠른 제작 속도의 비결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의 작품 뼈대를 계속 울궈먹기 때문.
실력을 감춘 주인공, 사방에서 따라붙는 여인들, 바보같은 악당들, 결국 정의는 승리한다... 뭐 이런 구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황규영 소설을 보는 사람 또한 적지 않은데, 그 반복되는 뻔한 이야기에 나름 매력을 느끼기 때문.
결말이 훤하게 들여다보이는 드라마를 보는 아줌마들이나, 항상 스포츠를 소재로 똑같은 연애 이야기가 나오는 아다치 미츠루 만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천왕 역시 이런 맥락에서 볼때 전형적인 황규영 소설에 속한다.
천룡검법으로 무림계를 주름잡던 무림맹주가 부하들에게 뒷통수맞고 강제 은퇴당하는 바람에 혼란스러운 세상.
만물상 점원인 강도진은 우연히 항아리 속에서 천룡검법서를 발견하게 되고, 열심히 익혔건만 내공이 쌓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좌절한다.
그러다 무림맹주의 내공을 되살리기 위해 운반되던 영물 두꺼비를 우연히 먹게 되고, 점차 강해지면서 나쁜짓 하는 악당들 혼내주는 그런 이야기.
정체를 숨긴 고수가 주인공이 아니라 만물상 주인과 그 딸이었다는 점이 약간 다르다면 다를까, 조금만 읽어도 훤히 보이는 스토리다.
하지만 작가의 기본 필력이 있는데다, 황규영 작가의 책을 고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무겁고 깊은 주제와 거리가 멀다는 걸 예상하고 보는지라 그냥 평작 수준은 되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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