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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시간회귀물이 일단 과거로 돌아가서 미래의 지식을 바탕으로 잘먹고 잘사는 주인공 이야기인 반면, 이 소설은 상당히 독특한 설정을 갖고 있다. 주인공 나길은 이클립스 가문 부활을 위한 중요 서류를 전달하는 전령...을 보호하기 위해 미끼로 활용되는 가짜 전령. 추격자들을 겨우 따돌리나 싶었는데 결국 죽음을 목전에 두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외계 오버 테크놀러지의 선택을 받으며 제한적이지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
비참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는 나길. 하지만 그렇게 과거를 바꾸고 현재로 돌아와보면 어쩐 일인지 계속 현실은 시궁창이다. 열심히 과거에서 잘못된 일을 바로잡고 현재로 돌아왔더니 지금 막 토벌당하는 중인 반란군 두목이 되질 않나, 사랑하는 여인에게 칼침을 맞질 않나, 아버지는 자살하고 자신은 리치가 되어버리질 않나... 과거회귀물 중에서 이만큼이나 주인공이 개고생하며 돌아다니는 소설도 드물 듯.
전체적인 이야기 짜임새나 반복적 과거 회귀와 같은 소재는 참신하고 재밌는데 작가의 주제의식이 부족하고 필력이 좀 딸리는게 아쉽다. 눈뜨고 못봐줄 정도로 글을 못쓰는 건 아닌데 가볍다못해 경박해보이는 서술이라거나, 여기저기 허술한 설정이 눈에 띈다거나 하는 정도. 그래도 어지간한 평타 이상은 되는 듯. 워낙 먼치킨에 잘난 주인공이 지배하는 판타지 소설계인지라 이렇게 삽질만 죽어라 하는 불쌍한 주인공이 제법 신선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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