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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Fiction_소설

라스만차스 통신

by nitro 2006.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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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누군가가 일본식 공포영화와 미국식 공포영화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이런 표현을 쓴 것을 본 적이 있다. "일본식 공포영화는 내 몸 위로 수많은 벌레들이 서서히 기어올라오는 그런 느낌이다"

문학에도 그런 표현을 쓰게 된다면, 라스만차스 통신이야말로 그 범주에 속할 것 같다.

판타지 문학이라고 해서 흔히들 생각하는 고전 명작급 소설 - 반지의 제왕이나 어스시의 마법사, 나니아 연대기와는 궤를 달리하는, 그렇다고 요즘 쏟아져나오는 잡타지와는 더더욱 다른 이야기. 굳이 비슷한 느낌의 이야기를 찾는다면 역시 카프카의 '변신' 정도일 듯 하다.

현실에서 겪게되는 망상이나 백일몽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내용이 전개되면서, 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장마철의 끈적끈적한 더위와 폭풍 직전의 어두운 하늘이 교차되는듯한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좀 더 겪어보고싶은 불쾌감. 그것이 라스만차스 통신의 매력일지도.

ps. 물론 점심식사를 하면서 읽을 책으로 뽑아들었다는 점에서는 최악의 선택이었지만... OTL

ps2. 몇몇 표현은 최강이다. 특히 '열받아서 뵈는게 없더라'라는 상황을 묘사한 단락은 압권.

"뭔가 탁한 검은색이 시야로 들어오더니 곧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의 증오, 이제 내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나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처럼 강대한 힘을 갖게 된 증오였다. 그것은 나의 뇌에 기생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세포의 틈이란 틈에까지 전부 검은 촉수를 밀어 넣고 나를 지배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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