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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탐정 다아시경 - 셰르부르의 저주 SF소설이며 판타지 소설이며 대체역사소설이며 추리소설이라는, 뭔가 매우 복잡미묘한 장르를 가진 책. '만약 마법이라는게 실제로 존재한다면 어떨까'라는 전제를 깔고, 이를 바탕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홈즈와 왓슨이 아닌 로드 다아시와 마스터 숀이 해결해나간다. 영국과 프랑스는 하나로 통일되어 '영불제국'으로 지칭되고, 이에 맞서는 가장 큰 적수는 러시아가 아닌 폴란드 왕국이다. 시대는 20세기이지만 마법의 발달로 인해 과학기술은 상당부분 도태되어 아직도 가스등이 불을 밝히고 증기기관차가 선로를 굴러다닌다. 이러한 세계속에서 펼쳐지는 마법. 그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불덩어리를 내뿜고 괴물을 소환하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법칙을 존중하는 신비로운 힘이다. 심지어는 깨어진 유리창을 원상복귀.. 2007. 11. 24.
르상티망 영화 '매트릭스'는 더 좋은 환경의 가상세계와 열악한 환경의 현실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지 묻는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닥 와닿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언제 열악한 환경의 현실 - 좁아터진 잠수함을 타고 합성 단백질 꿀꿀이죽만 먹는 그런 암담한 현실을 겪어봤어야 말이지...-_-; 그런 면에서 '르상티망'은 좀 더 현실적이다. 시대는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 현실과 다른 점이라면 가상현실 체험을 위한 각종 기기가 활성화되었다는 점. 그리고 30평생 여자라곤 한번도 사귀어본적이 없는 주인공이 가상현실의 여자친구를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직업, 외모, 학벌, 돈, 인간관계... 현실의 그 모든 암담한 요소를 사이버스페이스에서 한방에 역전시킬 수 있다면 우리는 과연 가상현실이 가져다주는 그 달콤함에서 .. 2007. 10. 30.
허삼관 매혈기 피를 팔아 자식들을 먹여살린 한 중국인 가장의 이야기. 이렇게 말하면 뭔가 굉장히 슬프고 처절한 분위기가 떠오르지만, 실상 허삼관 매혈기는 해학과 소박한 감동이 가득하다. 왠지 펄 벅의 '대지'나 루쉰의 '아Q정전'을 적절하게 섞으면 이쯤 되지않을까 싶다. 2007. 10. 8.
최후의 날, 그 후 지난번 '갈릴레오의 아이들'이 SF 거장들의 종교와 과학에 대한 주제를 다룬 단편 모음이었다면 이 책, '최후의 날, 그 후'는 핵전쟁 이후의 사회에 대한 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메가워'로 불리는 핵전쟁에 대한 공포는 냉전시대 SF작가들에게 좋은 소재였으며 과학이 이대로 나아가도 되겠는가, 라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대다수의 소설이나 영화가 핵전쟁으로 인한 참상을 그려내는데 치중하는 반면, 이 책에서는 제목 그대로 그 후의 이야기에 대한 다양한 상상을 보여준다. 특히 '현대판 롯'이나 '동쪽으로 출발' 등은 꽤 마음에 드는 단편. 2007. 10. 4.
암스테르담의 커피상인 17세기 암스테르담의 주식시장을 바탕으로 벌어지는 커피와 주가조작에 관한 이야기. 개인적으로 커피를 매우 좋아라 하기 때문에 본 책인데, 커피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그 당시의 현물거래 시장에 대한 생생한 묘사도 의외로 볼거리가 많다. 하지만 역시 압권은 곳곳에서 드러나는 커피 예찬. "이건 새로운, 아주 새로운 것이에요." 미후엘이 한사발 다 마시자 게이트라위드가 말했다. "이것은 감각을 즐겁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성을 일깨우기 위해서 마시는 음료랍니다. 이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해 아침식사때 이걸 마시고, 저녁에는 더 오래 깨어있기 위해 이걸 마시죠." 게이트라위드의 얼굴은 시내 광장의 임시 설교단에서 사람들을 비난하는 칼뱅파 전도사처럼 근엄한 표정으로 바뀌었다.혼블로워 이후로 .. 2007. 9. 20.
강철의 군주 이번에 마지막 6권이 나오면서 완결. 전형적인 양산형 판타지 소설. 책띠에도 나왔지만 '영지 발전물'이다. -_-;; 우리나라 사람이 어쩌다가 판타지 세계로 떨어져서 먼치킨스러운 능력을 발휘하면서 잘나간다는 내용이다. 그나마 검술과 마법 모두 투명드래곤 뺨치게 써버리는 여타 양판소와는 달리 강철의 군주에서는 그 한계를 좀 현실적으로 생각했다는게 좀 나은 편이다. 주인공 마음대로 안되는 일도 있고, 부하라고 들어온 것들은 똑똑한 놈 없이 죄다 예스맨 뿐이고... 시간때우기용으로 그냥저냥 볼만한 수준. 그나저나 강철의 군주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진짜로 주인공의 영지 주요 수출품목이 강철이라서...였다니, 좀 깨는 이유이긴 하다. 2007. 9. 16.
맨홀 모기 유충을 통해 사람들의 부정적인 생각을 제어하려는 한 사람의 이야기. 뭐, 내용 자체는 그다지 충격적이거나 놀라울만한게 거의 없을 듯 하지만... 가을날씨 들어서면서 선선해지는 바람에 창궐하는 모기들이 끔찍하다면 이 만화를 보며 적개심을 한층 더 불태울 수 있을지도. 모기의 시선으로 사람이 이렇게 보이는구나... 라거나 한 사람이 모기에게 주구장창 물리면 어떻게 되는구나... 라거나 등등. 2007. 9. 11.
비잔티움의 첩자 동로마 제국이 멸망하지 않았다면. 페르시아 제국과 티격태격 싸우며 굴러가고 있었다면. 이런 전제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소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건 인쇄술이나 화약, 망원경과 같은 중요한 발명, 발견이 비잔틴에 의해서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한명의 주인공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면 어떨까~ 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렇게 깊은 의미를 부여할만큼 진지하게 읽을 책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볼 가치는 충분히 한다. 옵니버스식이기 때문에 가볍게 읽기에 좋은 대체역사 소설. 특히 '먼저 발명하는것 못지않게 중요한 건, 그렇게 알아낸 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내는 것'이라는 말은 그야말로 심금을 울린다. 최초의 금속활자본을 만들면 뭐하나. 그게 사회적으로 변화를 가져다주.. 2007. 9. 9.
루모와 어둠속의 기적 '꿈꾸는 책들의 도시'로 유명한 발터 뫼르스의 소설. 챠모니아라는 신비의 대륙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챠모니아 4부작'의 하나다. '푸른곰 선장의 13 1/2의 삶' '꿈꾸는 책들의 도시'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 '엔젤과 크레테' 이 중 '엔젤과 크레테'를 제외하곤 다 번역본이 나와있는 상태. 뭐랄까, 그냥 아무런 생각없이 뒹굴거리다가 막연히 떠오른 상상의 캐릭터. 이 캐릭터를 갖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이런 소설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다가 등장한 또 다른 설정이 너무 마음에 들어 외전격으로 다른 이야기를 가지치듯 뻗어나간다면, 그게 아마 챠모니아 연대기와 비슷한 느낌 아닐까. 볼퍼팅어, 린트부름 요새의 공룡들, 상어구더기, 구리병정.... 어찌보면 유치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르지.. 2007. 9. 2.
갈릴레오의 아이들 종교와 과학의 갈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그려낸 SF단편 모음집. 아서 클라크나 어슐러 르 귄 같은 쟁쟁한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포함되어있다. 물론 단순한 유명 작가 단편 모음이 아니라 나름 주제를 갖고 모인 작품들인 만큼 간혹 가다 퀄리티가 좀 떨어지는 듯한 글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상당히 만족스러운 수준. 평소에 종교와 과학의 상반된 입장에 대해 생각해봤던 사람이라면 한번정도는 꼭 읽어볼만 할듯. 특히 "인간의 혈류 속에 뱀이 존재하는가에 관한 세 번의 청문회"와 같은 단편은 왜 종교가 그런 입장을 취해야 할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게 해준다. 2007. 8. 26.
보트위의 세남자 '개는 말할것도 없고, 또는 우리는 어떻게 해서 마침내 주교의 새그루터기를 찾게 되었는가"에서 등장한 유명한 소설. '보트 위의 세남자, 개는 말할것도 없고' 게으른 세명의 남자와 한마리의 개가 보트를 타고 템즈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소박한 여행에 대한 기록이다. 하지만 가벼운 이야기에 비하면 상당한 웃음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마치 바나나껍질을 밟고 미끄러지는 사람을 보고 주변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것과 마찬가지 반응을 이끌어낸다고나 할까. 특히 깡통따개를 잊어버렸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비극 같은 것은 정말 재밌다. '개는 말할것도 없고'에서는 '보트안의 세남자'로 번역해놨길래 찾는데 약간 애먹었는데, 국내 번역판 제목은 '보트위의 세남자'다. 2007. 8. 21.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하는 작가인 로저 젤라즈니의 단편 모음집. 특히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이 상당히 몰입하게 만든다. '앰버연대기'나 '신들의 사회'같은 유명작들도 있지만, 역시 이 사람의 진가는 단편에서 드러나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고. 특히 이 책에 실린 '프로스트와 베타'는 SF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이야기. 2007. 8. 20.